"기여금 피하자"…친환경차 할인 경쟁 속내는

국산·수입차 업체 전기차·하이브리드 할인 공세
올해부터 저·무공해차 보급목표 달성해야
미달성시 1대당 60만원 기여금 부과
'친환경차 부족' 르노·KG·GM 부담 커져

입력 : 2023-11-23 오후 4:19:5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계가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할인 경쟁에 나섰습니다.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신차 구매 수요가 위축된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업계에선 올해 시행된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에 따른 할당량 채우기로 봅니다.
 
하반기 막바지 친환경차 판매 '밀어내기'라는 분석인데요. 앞으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회사는 벌금성 기여금을 내야해 판매에 더욱 열을 올릴 전망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연말까지 아이오닉 5 400만원, 아이오닉 6 400만원, 코나 일렉트릭 200만원 등 할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11월 한 달 동안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에는 200만원을 더 할인해 아이오닉 5 최대 600만원, 아이오닉6 최대 600만원, 코나 일렉트릭 최대 400만원의 할인 혜택이 제공됩니다. 기아(000270)도 EV6 최대 420만원, 니로 EV·니로 플러스 최대 700만원 수준으로 할인합니다.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겟차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EQA 250 최대 17.8%, EQB 300 20.4%, EQE 16.5%, EQS 23.2% 등 전기차 라인업에 대대적인 할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BMW는 전기차 i4 최대 19.9%,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3시리즈 최대 15.1% 등 전기차와 PHEV 차종 대부분을 할인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신형 i5도 최대 5.9%나 할인합니다. 
 
현대차·기아 못지않게 벤츠와 BMW는 한국에 공격적으로 전기차 물량을 배정하고 할인 혜택을 강화하는 등 가격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요. 친환경차 판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기여금을 내야 하는데 이러한 점이 판매 혜택 확대 배경으로 꼽힙니다.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그래픽=뉴스토마토)
 
환경부는 지난 7월 4일 올해와 내년, 2025년 무공해차 보급목표를 담은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 일부 개정 고시안을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15인승 이하 승용차 및 승합차의 2016년 이후 3년 연속 평균 판매량이 2만대 이상인 완성차 업체가 대상입니다. 보급목표는 판매량에 따라 차등을 뒀는데요.
 
연 판매량 10만대 이상 업체는 전체 판매량의 무공해차(전기, 수소차)를 올해 15%, 내년 18%, 2025년 22%로 채워야 합니다. 2만~10만대 업체는 올해 11%, 내년 14%, 2025년 18%입니다.
 
10만대가 넘는 대상 기업은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003620), 2만~10만대는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벤츠, BMW입니다. 또 이들 업체는 무공해차 보급 목표 달성을 포함해 저공해차 보급 목표도 올해 22%, 내년 24%, 2025년 26%를 맞춰야 합니다. 미달성시 1대당 60만원의 기여금을 내야 합니다. 2025년에는 150만원으로 오릅니다. 실제 기여금은 3년 뒤 부과됩니다. 
 
저공해차에는 전기·수소차 외에도 하이브리드와 저공해차 배출허용기준을 만족하는 가스·휘발유 자동차가 모두 포함됩니다. 저공해차 1종인 전기·수소차만이 무공해차로 분류됩니다.
 
보급실적을 계산할 때 1~3종 별로 점수에 차등을 두는데요. 무공해 주행거리와 연비 등을 고려해 1종인 전기·수소차는 1.2~3점, 2종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0.7~1.2점)·하이브리드(0.6~0.8점), 3종인 가스·휘발유차는 0.6점입니다. 저공해차 차종별로 연 판매량에 해당 점수를 곱해 합산한 것을 보급실적으로 잡고 여기에 보급목표(%)를 곱하면 업체별 보급목표(점)가 계산됩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전기차 등 무공해차 판매 비중은 11.3%, 기아는 7.2%입니다. 한국지엠은 7%, 르노코리아 1%, KG모빌리티 0.2%에 그칩니다. 벤츠와 BMW도 6.2% 수준입니다.
 
BMW 뉴 5시리즈.(사진=BMW)
 
모든 업체들이 올해 목표치에 한참 모자라는 상황인데요. 환경부도 이를 인지하고 기업들이 목표 달성에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적 유연성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하이브리드 등 저공해차 초과실적을 무공해차 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벤츠와 BMW의 경우 하이브리드와 PHEV 판매 비중은 각각 45%, 18.5%에 달합니다. 최근 하이브리드 수요가 높은 만큼 저공해차 초과 실적으로 무공해차 보급 목표 달성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운영 실적, 무공해 상용차(화물차 및 승합차) 판매실적도 무공해차 보급 실적으로 전환 가능합니다. 이외 초과 실적을 다음 연도로 이월할 수 있고 업체 간 거래도 가능합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수소차 LPG, 하이브리드, 전기·수소 상용차 등 다양한 차종을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 충전기 설치도 확대하고 있어 보급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보급 목표 달성이 유력한 만큼 초과 실적 분을 기아에 팔아 현대차·기아는 기여금 낼 가능성이 낮다"며 "벤츠와 BMW는 하이브리드 판매 및 충전기 설치 확대로 어느 정도 보급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한국지엠입니다. 우선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 1종 뿐 전기차는 올해부터 판매하지 않습니다. 내년 하이브리드 신차가 나오지만 전기차는 2026년에야 나옵니다. KG모빌리티도 최근 토레스 EVX를 내놓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2025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지엠도 볼트 EV·EUV 판매량이 연 3000대도 되지 않고 2027년에야 PHEV 생산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결국 이들 3사는 당분간 현대차·기아의 초과 실적분을 거래할 가능성 높아 보입니다. 다만 미달성 발생한 연도 다음해부터 3년 이내 미달성분을 상환할 수 있어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코리아 등 3사는 보급 목표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비용 부담이 있지만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규제는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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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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