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혜의 재계와 로이어)"산업안전에도 격차…중소기업엔 정부 지원 필요"

광장 중대재해대응팀 배재덕 변호사·시민석 ESG센터장
중처법 적용 1호 사건 변론 담당
대형 로펌 최초 실무 해설서 발간
중처법 사례 11건 중 대부분 영세 사업장
"중소기업 여력 없어…정부가 지침 제시해야"

입력 : 2023-11-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기업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해서 생존하려면 변화의 흐름을 읽고 더 과감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자문과 송무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인수합병, 산업안전, 환경, 지식재산권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들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법률가의 시각으로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광장 중대재해대응팀. 왼쪽부터 시민적 ESG센터장, 배재덕 총괄팀장(사진=광장)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 적용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인데요. 지난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 유예를 연장하기 위한 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광장 시민석 ESG센터장은 "안전사고는 산업현장의 다양한 작업형태와 관련되며 특히 기업 내 관행, 문화, 의식과도 연결돼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제도 마련을 통한 강력한 드라이브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이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자율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는 중소기업이 거론됩니다. 추경호 부총리도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한 이유로 중소기업의 대응 여력 부족을 들었는데요. 실제 11월 24일 기준 중처법 관련 1심 판결이 선고된 사례 11건 중 50인 이상 사업장이 6건, 나머지 5건은 50인 미만 사업장입니다.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이 50억 이상일 경우 상시근로자가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중처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어서입니다. 즉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이 시행됐으나 실제 11건 중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배재덕 중대재해대응 총괄팀장은 "기존 사례를 보면 인력의 전문성 부족,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안전보건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 노동청 수사단계에서 지적됐고 검찰, 법원도 이를 수용해 판결이 선고됐다"며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겠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 그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중처법 적용이 유예된다면 중소기업에서 안전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업무 지원을 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광장은 '중대재해법 적용 1호' 사건 변론을 맡았던 로펌입니다. 광장 중대재해대응팀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환경법, 건설관련법, 기업법, 노동법, 화학물질관련법, 식품·의약품법, 형사법 등 안전, 환경, 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배재덕 변호사는 17년간 검사로 일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 제1부, 수원지검 특수부, 부산동부지청 형사3부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광장에 입사했습니다. 고양터미널 대형 화재사건과 동탄 복합쇼핑몰 화재사건, 송유관 공사 저장탱크 폭발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의 변론을 수행했습니다. 
 
시민석 ESG센터장은 고용노동부에서 30여년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노사관계 전문가입니다. 고용노동부 대변인, 산업안전국장, 서울지방노동청장, 청와대 선임 행정관을 거쳐 광장에 합류했습니다. 
 
시민석 ESG센터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광장)
 
-다른 법무법인과 구별되는 광장만의 차별점은.
 
배재덕 변호사(이하 배): 2015년부터 산업안전팀을 별도로 신설해 대응했고 2016년에는 중대재해 대응팀을 운영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전부터 관련 사건을 다수 수행해 많은 사례가 축적된 겁니다. 
 
광장은 자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사건 초기 현장 대응을 통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논리 개발, 법리 검토를 거쳐 최적의 해결책을 제공합니다. 또 대형로펌 중에서는 최초로 중처법 실무 해설서를 발간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중처법 관련 사례에서 법원 판결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배:기존 사례 11건 중 10건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었고, 9건은 '유해,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절차' 마련 의무 위반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판결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건은 공소사실을 자백해 법원이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나머지 3건은 안전 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다는 취지로 부인했으나 법원은 형식적으로 서류만 구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현장 특성에 맞는 절차서 등 서류가 구비됐는지, 절차서에 따라 지적된 사항이 실제 개선되는 과정이 있었는지, 실질적으로 의무를 이행했는지 등이 반드시 확인돼야 합니다. 
 
-중처법이 '재해 예방'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기업인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법률가가 본 중처법의 의미는.
 
시민석 ESG센터장: 산업재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산재 다발 국가라는 오명을 써 온 게 사실입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상당히 파격적으로 등장한 게 중처법입니다. 이전에도 산재를 줄이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의 일환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었습니다.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경향성이 담보되지 않아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가 필요해 중처법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평가를 내리기에는 조심스럽고 효과에 대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중처법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 기업 차원에서 안전보건에 관심을 갖고 재해를 예방하라는 취지는 좋습니다. 다만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안전 보건에 관해 경영책임자가 세세한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경영 측면에서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누가 지키고 누가 처벌받는지 명확해야 하지만 중처법은 법 제정 당시부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필요한 인력, 예산을 갖추라는 식의 불명확한 개념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명확하게 정리돼 향후 법 개정 시 반영돼야 하지 않을까요. 
 
광장 중대재해대응팀이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광장)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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