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동관 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방송통신위원장 후임 인선에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법조계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방송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4일 장관 6명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당초 방통위원장 후임 인선이 이날 개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종 명단에서는 빠졌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방통위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인선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권 등 방송계 안팎에서는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유력 후보로 점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습니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신임 방통위원장 인선에 법조계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경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척결’을 이어 가겠다는 현 정권의 방송 정책 기조가 포석에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 및 인터넷 신문 심의 등 관련 법 해석을 두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행법을 정교하게 다룰 법률 전문가를 임명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해석입니다.
또한 지상파, 종편, 보도PP에 대한 허가, 재승인, 최대 주주 변경 등 방통위가 갖고 있는 ‘규제’ 기능에 방점을 찍고 법률에 해박한 법조인을 수장으로 앉혀 보다 촘촘하게 정책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힙니다.
더불어 ‘가짜뉴스 척결’과 ‘공영방송 개혁’을 기치로 하고 있는 방통위의 ‘정책’과 ‘규제’가 법리적으로 꼼꼼하게 처리되지 못하면 정치적인 부담을 크게 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법조계 인사’는 매력적인 카드로도 꼽힙니다. 현재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역시 판사 출신으로 법조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시스)
다만, 방송·통신보다 법률 전문성을 중점으로 한 방통위원장 임명 기류에 정치권 등 방송계 안팎은 술렁이는 모습입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에서 “언론 기술자 이동관이 아웃되자 이제는 특수부 검사 김홍일이 거론되고 있다”라며 “방송·통신과 무슨 전문성이 있어 검찰 출신이 거론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검찰 출신만 믿고 이렇게 등용할 인재가 없는가 한탄스럽다”라며 “오로지 검찰과 권력 기관을 동원해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방송장악에 몰두하고 있는 게 지금 용산 대통령실의 모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의문부호가 나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법조인으로 경력이 화려했던 분이라고 해서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방통위원장의 업무를 중수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하듯 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도 우려로 작용합니다. 김 위원장은 중수부장 재임 때 당시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대선 때는 선거 캠프에 합류해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고발 사주 의혹’에 대처하며 윤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방통위의 사정을 잘 아는 방송계 전문가는 “방송이나 ICT 쪽 전문성이 있는 법률 전문가가 방통위의 수장으로 좋은 후보군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김 위원장처럼 대통령과 특수 관계에 있는 분들은 아무래도 업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둔 정국 상황을 감안해 전문성과 더불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그런 인사가 인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짚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