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무료 두 달, '업비트 독주 저지' 효과 "아직"

빗썸 국내 점유율 두달 새 두 배
코빗은 이달 말까지 TV 광고
'체리피커' 이탈 이후가 문제
유료 전환 시 수수료 경쟁 불가피

입력 : 2023-12-05 오후 4:07:2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앞다퉈 시행한 지 두 달이 됐습니다. 하지만 업계가 당초 내세운 목표인 '업비트 독주 저지' 효과가 크지 않은데, 향후 유료 서비스 전환 시 최저 수수료 경쟁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5일 가상자산 정보 포털 코인게코에 따르면,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펴고 있는 업체 중 빗썸이 가장 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비트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 한달 간 국내 5대 거래소 점유율 평균은 업비트 78%, 빗썸 20.4%, 코인원 1.4%, 코빗 0.2%, 고팍스 0.1% 순입니다. 이 가운데 빗썸의 10월 평균 점유율은 9월 10.8%에서 두 배 올랐습니다.
 
빗썸이 10월4일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한 이후 국내 5대 거래소 평균 점유율 변화. (자료=코인게코)
 
업계에선 빗썸의 점유율 상승 배경에 10월 시작한 수수료 무료 정책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빗썸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빗썸은 10월4일 모든 거래 지원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코빗은 같은달 20일 수수료 전면 무료와 함께, 메이커 주문 시 거래 금액의 0.01%를 돌려주는 '메이커 인센티브' 혜택도 내세웠습니다. 메이커는 호가창에 매수·매도 잔량을 추가하는 주문입니다.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 주문하거나, 높은 값에 매도 주문하는 식으로 호가창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고팍스도 그달 24일 코인 4종(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유에스디코인) 거래 수수료 무료로 대응하며 사용자 확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 내세운 '업비트 독주 견제'까지는 멀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우선 빗썸의 최근 한 달 점유율이 수수료 무료 정책 시행 전보다 두 배 올랐지만, 여전히 업비트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합니다. 고팍스 점유율은 0.1%에서 변화가 없고, 코빗은 0.1%에서 0.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수수료 무료 정책은 해를 넘길 전망입니다. 빗썸은 수수료 무료를 계속 이어간다는 뜻을 재확인했습니다. 코빗은 지난 4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알리는 TV 광고를 이어갑니다.
 
코빗 관계자는 "이제 1개월 정도 지난 상태에서 수수료 무료 혜택의 효과에 대해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따라서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코빗의 혜택을 알리고자 올해 12월에 TV광고도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4만 달러를 넘기면서 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수수료 무료에 따른 업비트 견제 효과가 현실화되려면 최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2위인 빗썸의 점유율 30%대 진입과 소수 첫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코빗, 고팍스 점유율의 일의 자리 확보 등 고른 점유율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른 점유율이 최소 한 달 이상 유지돼야 새 구도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코빗이 4일~31일 TV 방영하는 거래 수수료 무료 광고. (사진=코빗)
 
관건은 3사가 훗날 수수료를 다시 받기 시작할 때 '체리 피커'가 이탈하더라도 점유율 확보가 지속될지입니다. 체리피커는 특별 행사 혜택만 누리고 실제 매출에는 기여하지 않는 소비자인데요.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 확보 후 다시 수수료를 받기 시작할 때, 경쟁력 있는 수수료를 제시하면 그때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정책은 수수료 무료 거래소를 이용해보고 '이 회사 괜찮아보이네'라는 인상을 심어놓으려는 게 의도"라며 "요즘 체리피커가 많아졌지만 일단은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 한 명이라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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