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증중고차, 미미한 존재감에도 가격방어 선봉장

매물 1000대 불과…올해 5000대 목표 어려워
5년·10만km 제한에 상품화 거쳐 가격 높게 형성
중고차 가격 방어로 제네시스 중심 고급화 전략 초점
신규 모빌리티 사업 데이터 확보 목적도
업계 "현대차 중고차 마진 높아 장기적 수익 확보"

입력 : 2023-12-07 오후 4:00:38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난 10월 24일 현대차(005380)가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국내 완성차 기업의 첫 중고차 사업인 만큼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고차 가격이 비싸다는 반응이 나타났고 매물도 적어 중고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7일 현대차 인증중고차에 등록된 중고차 수는 현대차 313대, 제네시스 181대 등 총 494대입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외관.(사진=현대차)
 
여기에 상품화 과정을 받고 있는 판매예정차량은 현대차 323대, 제네시스 181대로 총 504대입니다. 두 물량을 합쳐도 1000대 수준입니다.
 
현대차에서 중고차 판매량을 따로 공개하진 않지만 적은 물량 탓에 올해 판매 목표인 5000대 달성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선 매물이 부족한 데는 판매 차량이 5년·10만km 무사고 차량으로 한정돼있기 때문인데요. 이 조건의 차들은 대부분 고장이 안 나고 보증기간도 남아 있어 팔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습니다.
 
이에 현대차는 직원들 차량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직원들은 할인 받은 자사 차량을 2년 간 유지하면 또 차량을 구매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차량 교체 주기가 빠른 편입니다. 현대차 신차 구입 고객이 타던 차량만 매입하는 것도 물량이 적은 이유로 꼽힙니다.
 
현재 대부분 신차급 차량만 판매되고 있어 가격 역시 타 업체에 등록된 동급 매물과 비교하면 비싼 편입니다.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를 제한하고 200여 항목에 걸쳐 정밀진단을 거치는 만큼 기존 중고차 업체들보다 가격대가 비쌀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은 셈입니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보단 중고차의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내가 구입한 신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가 크게 떨어지는 차량이면 구입하기가 꺼려집니다. 반대로 중고차 가격이 높으면 중고차를 사는 대신 신차를 구입할 요인이 커지죠. 또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중고차를 매입할 때 사람의 주관적 개입 없이 가격을 산정하는 'AI 프라이싱 엔진'을 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정한 가격 산정체계가 마련되면 고객이 중고차를 살 때는 물론 자신의 중고차를 매각할 때도 제 값에 거래할 수 있고 정확한 잔존가치 형성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중고차시장 발전에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신차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상품화동에서 상품화 전담 인력이 매입한 중고차에 대해 272개 항목의 정밀진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이 낮으면 브랜드 신차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신차 가격 상승을 통해 제네시스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중고차 가격 방어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현대차는 전기차의 경우 인증중고차 제도가 더욱 필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아와 달리 현대차는 아직 전기차 인증중고차를 팔고 있지 않지만 추후 판매 계획은 갖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가격 산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가격 방어가 되지 않을 경우 전기차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세계적으로 중고 전기차 가격 산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의 또 다른 목적은 데이터입니다. 현대차는 최근 3년간 국내 중고차 거래 약 80%의 실거래 가격을 확보해 데이터베이스화했습니다. 거래 데이터는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차량 생산, 판매, 이력 등을 직접 관리해 향후 새 모빌리티 서비스를 추진하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이죠.
 
특히 현대차가 강조하는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의 경우 차량 안팎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 처리해 최신의 사용자 경험을 업데이트해 주는 차량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데이터 확보는 필수적입니다.
 
중고차 업계에선 현대차가 차량의 생산부터 판매, 운행, 폐차에 이르는 전 주기를 관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확장하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미 국내 신차 시장은 독과점이 자리잡은 생태에서 새로운 먹거리인 중고차 시장을 통해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분석인데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중고차 한대당 마진율이 50만~70만원 수준이지만 현대차는 기본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한다"며 "상품성 높은 차만 매입하는 취사선택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점유율을 높이면 그만큼 수익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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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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