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에…올해 수능 만점자 단 1명

표준점수 최고점, 국어 150점·수학 148점…국어 역대 최고 수준
영어 1등급 비율 4.71%로 절대평가 도입 후 가장 낮아

입력 : 2023-12-07 오후 5:19:43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지난달 16일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국어 영역의 경우 시험이 어려울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불수능' 기조로 인해 전 영역 모두 만점을 받은 학생은 졸업생 중 단 1명만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가운데 만점자는 없었습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지난해 수능 대비 16점이나 상승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은 7일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44만4870명으로 지난해 44만7669명보다 소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재수생 등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응시자의 비율은 35.4%로 작년 31.1%에 비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수능 채점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국어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전년도 134점과 비교해 16점이나 올랐습니다. 표준점수는 개인이 획득한 점수가 전체 응시자의 평균 점수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서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합니다.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에 달한 것은 지난 2019학년도 수능 이후 두 번째입니다. 수능 역사상 최고 기록과 동일한 점수가 다시 한번 나왔습니다. 올해 국어 영역 만점자 수 역시 지난해 371명에 비해 대폭 줄어든 64명으로 역대 수능 중 두 번째로 적었습니다.
 
수학 영역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받는 작년(145점)보다 3점 오른 148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문·이과 계열 구분이 폐지된 2022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앞서 가·나형 수준별 시험이 남아있었던 2020학년도에는 나형에서 149점이 나온 적 있습니다. 수학 영역 만점자는 612명으로 작년 수능과 비교해 331명 줄어들었습니다.
 
국어 영역과 수학 영역의 1등급 구분 표준점수(커트라인)는 두 과목 모두 133점입니다. 국어 영역은 지난해보다 7점이나 올랐고, 수학 영역은 동일합니다. 두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작년 11점에서 올해 2점으로 좁혀졌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 영역에 비해 훨씬 더 높아 수학 영역이 입시 결과를 좌우할 과목으로 꼽혔으나 올해는 두 영역 모두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16일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7일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영어 절대평가 도입 취지 무색…정부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
 
영어 영역 역시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래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습니다. 원점수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면 받을 수 있는 1등급이 4.71%에 그쳤습니다. 이전까지 가장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2019학년도의 1등급 비율 5.30%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작년 1등급 비율 7.83%와 비교하면 3.12%p나 낮습니다. 상대평가에 따른 경쟁과 학습 부담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고자 도입된 절대평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역대급으로 어려운 수능 난이도로 인해 올해 만점자는 단 1명뿐이었습니다. 해당 수험생은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연계 학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수능이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도 최상위권 변별력을 갖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까다로웠으나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지난해 수능 수준 정도였다는 겁니다. 실제 올해 수능 국어 영역과 수학 영역 3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16점과 118점으로 작년 대비 각각 1점씩 하락했습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번 수능의 경우 '킬러 문항'은 배제하면서도 충분한 변별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며 "지금까지 학생들이 '킬러 문항'을 풀기 위해 사교육 업체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사고력·추론 등 전반적인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업 본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평가원은 8일 올해 수능 채점 결과를 수험생에게 통지합니다. 개인별 성적 통지표는 접수한 곳(재학 중인 학교·시험 지구 교육청·출신 학교 등)을 통해 수험생에게 교부됩니다.
 
지난달 16일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7일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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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