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나 보곤 하는 사촌들과의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습니다. 다들 제가 재테크 어쩌고 하는 기자인 걸 아는지라 주식, 아파트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A형은 매번 똑같은 걸 묻습니다. 2~3년 전부터 하는 질문을 이번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B 주식은 어떠냐?”, “우리 아파트는 왜 안 오르냐?”입니다.
B 주식을 왜 샀냐고 되물으면 돈을 잘 버는 것 같아서라고 합니다. 그러면 B의 주가는 그 회사가 버는 돈에 걸맞는 수준이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합니다.
B는 괜찮은 기업이지만 주가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물었습니다. 만약 B종목 주가가 반토막 나지 않았다면, 지금 1000만원을 들고 새로 주식을 산다고 가정하면 B 주식을 또 사겠냐고? 사촌형, 손사래를 칩니다.
지금의 수익률이 얼마인가는 중요치 않습니다. 수익이 났든 손실 중이든 홀딩 여부는, 지금 주식을 산다면 2000여개 종목 중 이 종목을 다시 살 것인가로 봐야 합니다. B보다 매력적인 C 주식을 더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면 B를 팔아 C를 사는 게 맞습니다. B의 손실을 복구하는 것과, C로 이익을 내는 것, 결과적으로 마찬가지니까요. B보다 C의 성공 확률이 높다면 종목을 교체하라고 지난 명절 때 했던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그 사이 B의 주가는 더 하락했지만, 사촌형은 C를 샀다가 B가 오르면 어떡하냐며 주저합니다. 내년 설에도 B에 대해 물을 것 같습니다.
A형, 10년 넘게 사는 아파트 얘기도 꺼냅니다. 1기 신도시 근처, 차로는 금방이지만 걷기엔 먼 거리의 작은 단지입니다. 적은 세대수에 옆으로 확장하기도 어려운 대지까지, 멀리 내다봐도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15~20년차라서 ‘몸테크’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몸에 익어 살기엔 괜찮을지 몰라도 시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근처 신도시의 더 오래된 아파트들보다 싸죠.
집에 대해 한 말은 딱 하나입니다. 앞으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든 활활 타오르든, 빠질 때 덜 빠질 것 같고 오를 때 더 오를 것처럼 보이는 아파트가 근처에도 분명히 있을 테니 먼 데서 찾지 말고 일단 거기로 가는 걸 목표로 계획을 세워보라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형수가 “이사하잔 말을 몇 년째 하는데 듣질 않는다”며 하소연합니다.
익숙한 것이 좋으면 그냥 지금처럼 유지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은 성과를 얻으려면 변해야 합니다. 현실의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불확실한 곳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안정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는 불편하고 두렵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투자입니다.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촌형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자산시장의 앞날이 불확실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좋습니다. 투자하기에 좋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큰 기회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너무 불안해서 꼼짝 못하겠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 세상엔 투자보다 높고 큰 가치도 있으니까요.
작년 마지막 날 썼던 저의 칼럼 제목은 ‘내년에도 나는 ‘롱’에 걸겠다(2)’였습니다. 올해가 아직 남았으나 코스피는 현재 11~12% 정도 오른 상태입니다. 성에 차지 않네요. 내년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