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뒤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제3지대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반윤(반윤석열)·반명(반이재명)’ 성격을 띤 연대설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원심력이 커지는 모습인데요.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문재인정부 총리 3인방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가세할 경우 ‘빅텐트’로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낙연·이준석 결합 땐…'호남' 일부 이탈 불가피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에서 열린 특강에 앞서 당내 혁신에 대한 기대와 신당 창당과 관련해 “귀국 후 5개월 이상 기다렸지만, 바람직한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신당 창당에 대해 “실무적인 세세한 일들이 굉장히 많은 법”이라고 했는데요.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와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문제의식과 충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비록 “금방 만나겠다든가 그런 뜻은 아니다”라고 속도 조절론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만남 자체에는 긍정적 의사를 비쳤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낙연 전 대표와의 소통에 열려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MBN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날 준비는 돼 있다”며 “생각을 듣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본류로서 지금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 전 대표처럼 대통령 빼고 모든 직위를 경험하신 분이라면 적어도 같이 친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연대의 여지를 뒀습니다.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는 선거 전략상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연대의 유인책이 존재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30 세대 남성과 호남 지역에서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중도·진보층에서는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죠. '호남 구심점'을 자처하는 이낙연 전 대표는 20~30대 남성과 영남 지역에서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는 확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본관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가 연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시위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총리 3인방 움직임에…커지는 '원심력'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 각각 날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의 연대는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제3지대론 가운데에서도 반윤·반명 색채가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이들 전 대표들과 비슷한 태도를 보여온 양당 안팎의 인사들을 흡수할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는 잔망도 나오는데요. 유승민 전 의원이나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의 합류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의 화합 여부도 주목 대상입니다. 최근 이낙연·정세균·김부경 세 명 전직 총리들의 연대설이 피어오르면서, 이 대표 견제 세력이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인데요. 이재명 대표도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의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 두 총리의 행보는 제3지대론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다만 이들의 연합이 마냥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주영 부의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전 대표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면서도, ‘3총리 연대설’의 실체에 대해 “없다”고 답했습니다. ‘원칙과 상식’ 이원욱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께서 하시는 말씀의 내용에 대해서는 저도 굉장히 공감하는데, 정치적 행보의 문제는 좀 다른 문제 아닌가 싶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