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교부금' 비율 상향 코앞…"지방 교육 자치 훼손"

'특별교부금' 비율 4%로 올리는 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부수 법률안 포함
교육계 반발…"보통교부금 줄어들면 시도교육청 교육 사업 차질"

입력 : 2023-12-08 오후 4:39:25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가운데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는 특별교부금의 비율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별교부금 비율이 상향되면 각 시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통교부금 예산이 감소돼 지방 교육 자치가 훼손된다는 겁니다.
 
개정안 통과되면 내년도 특별교부금 약 6600억원 증액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30일 '2024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에 '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을 포함했습니다. 이는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6년간 교육교부금 중 현재 3%인 특별교부금의 비율을 4%로 올리고, 인상분을 교원 인공지능(AI) 역량 강화 사업과 AI 맞춤형 방과 후 학교 사업 활성화 등에 한정해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해당 법안은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때 자동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내국세의 3%로 조성되는 특별교부금은 국가 시책 사업과 재해 대책 사업 등 법에서 정한 곳에만 쓸 수 있는 예산입니다. 교육교부금의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특별교부금이 증액되면 그만큼 각 시도교육청에서 유·초·중등교육에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통교부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옵니다. 안 그래도 세수 부족으로 교육교부금 재원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특별교부금 비율을 높여 보통교부금이 줄어들면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 사업에 차질을 빚어 지방 교육 자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각 지방자치단체로 전달될 보통교부세가 당초 행정안전부에서 보내주기로 했던 금액에 비해 9조원이나 적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교육교부금이 올해보다 6조9000억원가량 감액된 상황입니다. 이번 '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도 특별교부금은 약 6600억원 늘어나고, 보통교부금은 그만큼 감소하게 됩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는 특별교부금의 비율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모습.(사진 = 뉴시스)
 
고등교육 지원에 유보 통합 재원까지 빠져나가면 보통교부금 대폭 줄어
 
여기에 교육세 일부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전입된다는 점과 정부가 유아 교육·보육 지원 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 통합' 재원도 교육교부금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까지 고려하면 각 시도교육청이 활용할 수 있는 보통교부금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보통교부금에서 인건비·학교 전출금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경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해당 재원이 깎이면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 사업들은 크게 위축된다"며 "이렇게 지방 교육 자치를 훼손하지 말고 중앙정부 차원의 핵심 정책은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교육부 장관이 특별교부금을 빌미로 시도교육감들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각 시도교육청 차원의 사업들보다 중앙정부의 교육 사업만 우선시돼 교육 자치를 실현하기 힘들다"면서 "특별교부금 인상분을 교원 AI 역량 강화 등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교권 침해 문제 등 더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해당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별교부금 비율 상향이 지방 교육 자치에 역행함은 물론 특별교부금이 몇몇 시도교육청에만 주는 인센티브 형식으로 사용되면 시도교육청 간의 교육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특별교부금 비율을 상향하는 건 교육교부금법의 입법 정신을 몰각하는 행위이자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에서 제외하고, 이를 소관 상임위에서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는 특별교부금의 비율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 교육 국제화 추진 방안 및 서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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