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뒤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지만, 이에 대한 당내 반응은 차갑습니다. 이 전 대표와의 동행 여부가 주목됐던 당내 비주류까지 신당 합류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전 대표가 손을 잡을 만한 대상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정도로 좁혀졌지만, 이 역시 그에게 쉽지 않은 선택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역 동참 절실한데…친낙·비명 모두 '선 긋기'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당내 의원들은 이 전 대표 신당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통상 신당 창당이 파급력을 갖추려면 현역 의원 동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현역 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며 확보한 인지도와 조직력이 신당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큰 보탬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친낙(친이낙연)계는 물론 비명(비이재명)계까지 이 전 대표 신당에 부정적 기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표적 친낙계 윤영찬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신당에 대해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며 “신당과 관련해 이 전 대표와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 거냐는 말씀은 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낙계로 분류되는 이개호·이병호 의원도 민주당 잔류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개호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2016년 호남에 거세게 불었던 국민의당 바람 때에도 홀로 민주당을 지켰다. 민주당의 저의 전부”라고 적었습니다. 이병훈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반대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윤 의원과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으로 구성된 ‘원칙과 상식’도 이 전 대표 신당 합류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 않는 상황입니다. 앞서 이들은 “12월까지 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거취를 결단하겠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는데요. 이에 이 전 대표와 행보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죠. 그러나 이원욱 의원은 전날 이 전 대표 신당에 “많이 당황스러웠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준석 신당' 딜레마…민주당 지지층 71% '부정적'
당내 분위기는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 흐르는 기류보다 더 삭막합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성명을 내고 이 전 대표를 향해 “신당 창당 선언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더미래는 “민주당 큰 어른의 느닷없는 신당 창당 선언은 희망도, 새로운 정치도 아니다”라며 “민주당과 지지세력의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재로서 이 전 대표와 ‘신당 보폭’을 맞출 가능성이 거론된 인사 중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남은 상황인데요. 두 양당 전직 대표가 신당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은 이 전 대표에게 순탄치 않은 길일 수 있습니다. 당장 이 전 대표의 출신지이자 그가 네 차례 의원으로 당선된 곳인 호남으로부터 외면받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는데요. 최근 당내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한 호남 지지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5일 공표·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결과, ‘이준석 전 대표 중심 신당 창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민주당 지지층 중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71%에 달했습니다. 21%에 그친 긍정 평가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광주·전라 지역도 응답자의 경우, 전체의 64%가 신당을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