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날짜가 오는 27일로 확정된 가운데 김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형님 인연’을 두고 과거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홍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말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당은 ‘적임자’로 조속한 임명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은 적격성을 문제 삼아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인사청문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데요.
특히 방송계 안팎에서는 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쟁점 중 윤 대통령의 ‘형님’ 인연을 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만사형(兄)통’으로 불렸던 최 전 방통위원장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보수 언론에서조차 “’아는 형님’ 인사가 되풀이 됐다”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습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통위를 출범시킵니다. 최 전 위원장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초대 방통위원장에 임명됐는데요. 이후 연임까지 성공하고 ‘방통대군’이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 전 위원장 임명 당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 많은 반대가 있었는데요. 언론인 출신으로 방송 분야 경험이 있었음에도, ICT(정보통신)와의 융합과 관련 우려가 빗발친 바 있습니다. 현재 김 후보자의 상황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김 후보자는 ‘특수·강력통 검사’ 출신으로 방송과 통신 모든 분야 경험이 전무해 방송계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대선 캠프에 합류에 정권 창출의 주요 역할을 해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아 캠프를 진두지휘했고,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고발 사주 의혹’에 대처하며 당선에 기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산적한 현안을 두고 있는 방통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최 전 위원장 당시 방통위는 첫 출범돼 미디어법 개정, 종편 사업자 선정 등 방송·통신 융합 등의 굵직한 주요 정책을 추진했는데요. 현재의 방통위 역시 공영방송 개혁·가짜뉴스 등 방송·포털과 관련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입니다.
최 전 위원장 당시 방통위의 경우 대통령과의 각별 인연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역으로 각종 정치 이슈에 휘둘리며 결국 우리나라 방송·언론 환경의 퇴보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총장(전 방통위 부위원장)은 “최 전 위원장과 김 후보자의 대통령과의 관계는 동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방송통신 융합 첫 단계로 정권의 실세가 수장으로 임명돼야 한다는 기류도 있었지만, 방통위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중요하다”라며 “또한 방송통신 경험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품과 덕망이 있는 인물이 방통위의 수장이 돼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