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음대 입시 비리…처벌 강화·제도 개선 필요

숙명여대·서울대, 음대 입시 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 받아
고등교육계 "이전부터 만연했던 일…막고자 노력하지만 한계"

입력 : 2023-12-20 오후 4:39:3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유명 대학 음대가 입시 비리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일이 잇따르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입시 비리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처벌 강화와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음대 입시 참여한 외부 심사위원, 불법 과외로 가르친 학생 평가
 
20일 고등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2일 서울대 입학본부와 음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2022학년도 서울대 음대 입시에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다른 대학 현직 교수들이 자신에게 과외받은 학생들 심사를 맡아 추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부정 입학시켰다고 판단해 수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당시 서울대 음대 학과장이었던 교수도 외부 심사위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숙명여대 입학처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숙명여대 음대 입시 실기 시험 심사위원을 맡았던 다른 대학 교수가 본인이 과외로 가르친 학생을 평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현직 대학교수가 개인적으로 과외 교습을 하는 일은 불법입니다.
 
이러한 음대 입시 비리 의혹은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세대 음대 교수가 자신에게 과외 교습을 받던 학생에게 정시 입시 실기 시험곡을 미리 알려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서울 유명 대학 음대가 입시 비리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일이 잇따르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대학 음대에서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대학, 외부 심사위원 검증 방법 없어…불법 과외 처벌 수위도 약해
 
고등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음대 교수들의 입시 비리 행위가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만연했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음대의 경우 입시 실기 시험에 내부 교수진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외부 심사위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보통 내부 교수진이 외부 심사위원 추천 명단을 대학 입학처에 제출하면 그대로 선임됩니다.
 
이때 대학이 외부 심사위원들의 불법 과외 등과 같은 이력을 확인·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입시 과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양심 서약서를 받고 있으나 외부 심사위원들이 거짓으로 제출할 수 있는 만큼 무용지물입니다. 또한 소속 교수가 불법 과외를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 수업만 잘 이뤄진다면 그 외 시간에 어떤 일을 하는지 대학이 알기는 어렵습니다.
 
한 고등교육계 관계자는 "음악·미술과 같은 예체능 분야의 경우 입시에서 심사위원의 주관이 들어가는 '정성평가' 방식으로 채점하는 경우가 많아 비리 사건이 생길 여지도 많다"며 "상당수 대학들이 이러한 입시 비리를 막고자 심사 시 최고·최저 점수 배제, 학생의 얼굴을 보지 않고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는 교수가 과외 등 불법적인 일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함과 동시에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현재 교수가 입시 과외를 하다 적발되더라도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처벌이 가볍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은 "현직 교수가 입시 비리를 저지르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므로 지금보다 훨씬 세게 일벌백계해서 불법 과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 대학이 자체적으로 이러한 일을 예방하기는 힘든 만큼 국가 차원에서 제도를 정비해 입시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유명 대학 음대가 입시 비리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일이 잇따르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대학 음대에서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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