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발병 나이 더 어려졌다

치료 빠를수록 뇌 손상 줄여…병원 이송 시간 단축 못해

입력 : 2023-12-26 오후 2:51:27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최근 한국인의 젊은 뇌졸중 발병 연령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치료법은 발전했지만 예후는 제자리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뇌졸중의 원인질환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부정맥, 나이 등이 지목되며 일반적으로 고령일수록 뇌졸중을 겪을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45세 이하의 젊은 연령에서도 뇌졸중이 발병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평균 발병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연구팀(제1저자 인하대병원 김종욱 교수)은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linical Research Collaboration for Stroke in Korea, CRCS-K)를 통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전국의 17개 병원에서 모집한 18~50세 사이의 뇌졸중 환자 7050명을 분석했는데요.
 
연구팀은 젊은 뇌졸중의 평균 발병 연령이 지난 12년 동안 43.6세에서 42.9세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여성 뇌졸중 환자에서 18~30세 비중이 6.5%(2008~2010년)에서 10.2%(2018~2019년)로 대폭 증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젊은 뇌졸증이라고 불리는 조기 발생 뇌졸중은 18세에서 50세 사이에 발생하는 뇌졸중으로, 전체 뇌졸중 환자 중 약 10~15%를 차지하는데요.
 
젊은 환자들은 뇌졸중에 따른 후유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기대여명이 짧은 고령에 비해 질병 부담도 1.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분당서울대병원)
 
1년 내 재발률 오히려 증가 
 
문제는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치료 성적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혈전용해제 투여율과 혈전제거술 시행률, 스타틴 투여율, 복합항혈전제 사용률 등 최신 진료 지침에서 요구하는 치료 지표는 좋아졌지만 사망률, 기능적 회복률과 같은 치료 결과 지표들은 변동이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히려 1년 내 재발률은 2011~2013년 4.1% 수준에서 2017~2019년 5.5%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예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혈관재개통치료 지표 개선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점과 증상 발견 후 병원 도착까지 시간은 여전히 8.0시간(2008년 8.4년)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할수록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는데 12년 동안 병원 이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거의 단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뇌졸중을 유발하는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 등 원인질환에 대한 인지율과 치료율이 그대로거나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젊은 여성에서 흡연율 증가 등이 거론됐습니다.
 
배 교수는 "젊은 연령에서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원인 질환을 앓고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관리해야 하며, 빠르게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민들도 개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배 교수는 "심인성 색전증 등 일부 뇌졸중에서는 항응고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관련 연구와 치료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뇌졸중학회지 '스트로크(Stroke)' 최근호에 게재됐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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