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유통가, '새판짜기' 속도 낸다

'유통 빅 3' 위기의식 고조…"올해 변혁의 해 삼는다"
업역 확대·온오프 통합·인력 쇄신…"성장 동력 확보 경쟁 치열할 듯"
전문가들 "신규 먹거리 확보는 선택 아닌 필수"

입력 : 2024-01-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 3'가 2024년 갑진년을 맞아 본격적인 새 판짜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랜 시간 유통 빅 3는 시류에 민감하고 고객을 유인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며 최강자 집단을 형성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로 유통 산업의 축이 급격히 온라인으로 기울면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이들 업체의 위기의식 역시 점차 고조돼 왔는데요.
 
이에 유통 빅 3는 올해를 변혁의 해로 삼고 이 같은 난관 타개를 위해 신성장 동력 확보 및 경영 쇄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급변하는 유통 업황의 환경 속에 오프라인 채널의 신규 먹거리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읍니다.
 
업계 "올해를 신성장 동력 확보 원년으로 삼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갑진년 전폭적인 신성장 동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곳은 롯데입니다. 지난해 롯데는 재계 순위가 5위에서 6위로 밀리면서 기존의 유통, 화학을 넘는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요.
 
롯데는 최근 인사를 통해 글로벌 및 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을 새롭게 신설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바이오 및 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특히 미래성장실장의 중책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 오너가 3세'인 신유열 전무가 맡게 됐는데요. 이는 순조로운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한 취지기도 하지만, 신유열 전무를 필두로 바이오 및 헬스케어 사업을 집중 육성해 선제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도 풀이됩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전반적으로 업황 악화에 따른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적 측면의 비전 확보 차원에서, 새해에는 어느 때보다도 신성장 엔진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가을 가장 먼저 유통가의 대대적 인사 신호탄을 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한 바 있는데요. 신세계는 그룹 양 축을 형성하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모두 교체되는 등 그룹 내 총 40%의 대표이사가 바뀐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신세계 측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 경쟁력 쇄신, 새로운 성과 창출 및 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인데요.
 
무엇보다 신세계가 지난해 야심 차게 내놓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고객 확장을 통한 온·오프라인 유통 통합 가속화, 최근 기존 전략실에서 개편된 경영전략실 주도의 핵심성과지표(KPI) 도입 및 안착 여부 등이 올 한 해 신세계 미래 성장의 키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킬 정도로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현대도 지난해 말 핵심 계열사 대표들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는데요.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L&C는 모두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갑진년 미래 성장에 대비합니다.
 
아울러 현대는 사실상 올해가 단일 지주회사 체제의 원년인 만큼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완성하고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달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비전 2030' 달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한계 부딪힌 오프라인 유통…"신성장 동력 발굴 도전 거세질 것"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계의 실적 침체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는 유통 업황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통 업체들이 바이오 등 미래 유망 사업에 조금씩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첨언하자면 물류 및 헬스케어 신사업도 향후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보인다. 신년에 유통 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들을 이들 산업과 융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픈라인 매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모객 효과가 얼마나 이뤄지는지다. 신년에는 어떤 사업이 모객 효율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헬스케어 등 신사업이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유통 업계 전문가는 "유통 시장의 트렌드가 과거와 달리 몰라보게 급변하는 시기를 맞이한 만큼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신성장 동력 발굴은 필수 과제가 된 상황"이라며 "특히 신사업 분야 진출이 성공적으로만 이뤄진다면 그룹의 새로운 캐시 카우 확보는 물론, 시장 선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유통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 도전은 올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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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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