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이민우 기자] 지난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 현상'에 시달렸던 한국 경제가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내수 침체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시아의 4마리 용(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에서 저성장 국가로 추락하는 한국경제로서는 'L자형 침체 장기화'와 'U자형 저속 회복' 기로에선 모양새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3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수지는 9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표는 월별 무역수지.(표=뉴스토마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3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수지는 9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에 이은 2년 연속 적자로,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3.7%(986억3000만달러) 감소한 영향입니다.
15개 주요 수출 품목을 보더라도 자동차(31.1%), 일반기계(4.6%), 선박(20.9%) 등 3개 품목만 전년 대비 증가했고 반도체를 포함한 나머지 13개 품목은 일제히 감소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대러시아발 수출리스크의 본격화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정부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의 러시아 수출을 제한하면서 러시아 당국이 보복 조치의 뜻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전문가는 올해 한국경제가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 또는 'L자형'의 상저하저 장기 침체 흐름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전망합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대학교수, 공공·민간연구소 연구위원) 90명을 대상으로 올해 한국경제의 경기추세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9%는 'U자형' 경기 회복흐름을 보일 거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어 응답자의 26.7%는 'L자형'의 상저하저를 전망했고 우하향의 상고하저(16.7%), 우상향의 상고하고(3.3%), V자형의 빠른 상저하고(2.2%)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1일 국내외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2%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표는 주요 기관별 성장률 전망치.(표=뉴스토마토)
해소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4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새해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는 등 다소 높은 수준의 '중물가'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올해 경제 키워드를 '중간에 닻 내린 물가'로 지목했습니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급락한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도 올해는 부정적 기류가 가득합니다.
작년 초 4%를 웃돌던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이 고금리·고물가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3분기 0%대로 급락한 결과입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작년 3분기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불변가격)는 전년 동기보다 0.2% 증가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2020년 4분기)보다 6.4% 줄어든 후 2년 3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G7 국가의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2%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한국의 6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가 2% 내외의 경제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은 각각 2.2%, 2.0%의 성장률을 전망했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내수 소비 위축과 건설경기 침체 등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들도 2%대 초반의 비슷한 전망치입니다. 내수 경기 측면에서는 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과 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커지면서 쉽게 살아나기 힘들 거란 분석입니다.
LG경영연구원에서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급격한 고령화 및 인구감소, GDP 2.27배에 달하는 가계·기업 부채 등도 우리 경제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한국 경제의 많은 뇌관을 고려할 때 올해도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2%대의 성장률 역시 지난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역시 가시적인 수치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3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수지는 9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이민우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