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모기업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위니아(071460)가 매각에 나선 데 이어 SK매직까지 사업부 부분 매각을 모색하면서 중견가전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실적이 악화되거나 모 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다시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모양새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이전에 사모펀드에 인수되었다가 주인을 찾은 전력이 있습니다.
2일 가전업계 등에 따르면 SK매직은 경동나비엔 등 일부 기업과 접촉해 일부 사업부 매각을 조율 중입니다. 지난해 말 SK매직은 대리점주들에게 공문을 통해 계약 종료를 통보했지만 직원들의 반발 등으로 이를 회수했습니다. 전기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 윤요섭 전 대표 경질 이후 새로 선임된 김완성 대표 취임 이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동나비엔(009450)은 SK매직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 중 하나입니다. 경동나비엔은 "SK매직의 사업 중 일부를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인수 협상 진행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SK네트웍스 및 SK매직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SK매직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적 악화 영향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SK매직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기점으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로, 렌털 사업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가전 사업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 같은 대형 가전사에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같은 가전 부문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상황인데요. 앞서 SK네트웍스는 2016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로부터 6000여억원에 당시 동양매직을 인수했습니다. 이후 SK매직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한때 '생활구독' 전략을 내세우며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 역시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습니다. 위니아는 지난해 12월19일 회생 법원의 승인에 따라 M&A(인수합병) 매각 주간사로 삼일회계법인과 계약을 완료하고 M&A절차에 돌입했습니다. 회생계획 인가 전에 M&A를 추진해 회생채권을 조기에 변제하고,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섭니다. 이달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고 2~3월에 양해각서(MOU)와 투자 계약을 체결해 회생계획을 조기에 종료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입니다.
위니아의 경우 모기업인 대유그룹의 지나친 계열사 확장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유그룹은 2014년 사모펀드 시티벤처캐피널(CVC)로부터 위니아만도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내자 동부대우전자(위니아전자)까지 인수하며 세를 확장했으나 이내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난이 심화됐습니다. 현재 총 5개 계열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했으며 위니아를 비롯한 3개 계열사에서 기업 회생 개시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M&A를 신청한 곳은 위니아가 유일합니다. 김치냉장고 시장 1위라는 경쟁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려나와 자산 매각 등으로 임금체불 해결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이를 지키지 않아 국회 환노위가 위증으로 인한 고발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