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표 이탈 땐 '김건희 특검' 확정…민주당 웃는다

거부권 행사시 국회 재의결 절차…총선 공천 시기 '여 이탈표' 변수

입력 : 2024-01-04 오후 5:10:00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가결시킨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가 산회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후 절차에 관심이 쏠립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결 절차에 돌입하는데, 본회의 통과 여부는 국민의힘의 이탈표 숫자에 달렸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나올 때까지 여론전에 나서며 특검법을 '꽃놀이패'처럼 손에 쥐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의결 통과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앞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1~2번째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은 각각 지난해 4월과 5월 재의결 절차 끝에 폐기된 바 있습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개정안도 지난달 재의결에 실패했습니다.
 
재의결 무기명 투표 '변수'…국힘 공천 탈락자 이탈 가능성
 
정치권에선 이번 특검법 재의결 결과는 이전 사례와 다르게 통과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재적 의원 298명이 전원 출석할 경우 199석 이상이어야 특검법을 재의결할 수 있습니다. 181석의 야당 의원(민주당 167석·정의당 6석·기본소득당 1석·진보당 1석·한국의희망 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5석)이 전원 출석하고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18석의 이탈표가 나오면 재의결이 가능합니다.
 
재의결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의결 시점에 따라 통과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오는 2월 중 재의결 절차가 이뤄진다면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대거 늘어납니다. 만약 국민의힘에서 당의 강세지역인 영남을 중심으로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과 검사들 중심의 공천이 진행된다면 이에 불만을 품은 공천 탈락자들은 더 많아지게 되고, 특검법이 재의결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겁니다.
 
또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가 아니더라도 이준석 전 대표 주도의 이른바 '이준석 신당'(가칭 개혁신당)에 합류하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있다면, 이들 역시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탈표가 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역 의원 가운데 민주당에서 나온 공천 탈락자들이 특검법 재의결 표결에 불참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재의결 일정 늦추기 전략…공천 진행되는 2월까지 '여론전'
 
그럼에도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거부권 정국'이 장기화하면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공천 탈락자들의 이탈 가능성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은 가급적 빨리 특검법 재의결 과정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지난 1일 공개된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여론조사(2023년 12월29~30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가 거부권 행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동의한다' 31%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중도층에선 71%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2023년 11월25~26일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60.8%는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29.5%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응답해 3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민주당 입장에선 재의결 시점이 늦어질수록 전략적으로 불리할 게 없단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은 최대한 재의결 시점을 늦추며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민주당은 4일 오후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자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해충돌 방지 여부를 따지는 전문가 간담회도 열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이 특검법 재의결 시점을 2월로 미루려 한다면 여야 간 추가 본회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국민의힘에 선거구를 획정하는 추가 본회의 개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선 전에 선거구 획정을 위한 본회의를 반드시 추가로 열어야 하기 때문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재의결 일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독려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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