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양=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6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한 목소리로 '통합'과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기념식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축사로 '김대중 정신'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여야 없이 '통합 정신' 되새겨
김대중재단이 고양 킨텍스 제1 전시장에서 이날 오후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홍익표 민주당 원대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문희상 김대중재단 준비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화해와 용서의 정신으로 여야, 보수와 진보, 세대를 넘어 하나로 만든 대통합의 대통령"이라며 행사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축사의 첫 순서를 맡은 문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은 시대를 꿰뚫는 혜안으로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곳에서 길을 밝혀줬다"며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은 대한민국의 고난과 도전, 승리의 발자취가 되었고 대한민국의 전진하는 진보였다"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적대 보복의 정치, 극도로 편협한 이념의 정치로 국민 통합도 더 멀어졌다"며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민생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분열과 갈등이 과도하게 분출하는 나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얼음판에 서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통합과 민생을 최우선 급선무로 실천했던 김대중 시대를 반추해보면서 지난 수 십년 간 우리들 가슴에 물결쳤던 자신감과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2일 발생한 피습 사건으로 이번 행사에 불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축사는 고민정 최고위원이 대독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민주주의도, 민생경제도, 한반도 평화도 모두 붕괴 위기"라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민생경제와 남북 관계가 모두 위기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대중 대통령의 이 말씀은 마치 오늘의 현실을 질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특히 "표현의 자유도, 집회·시위의 자유도 제한됐고 정당한 권력 감시도, 견제와 균형도 불가능해졌다"고 현 정권을 겨냥하며 "'민주주의는 언젠가는 온다. 행동하는 양심이 돼 달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에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금모으기 운동에 대한 기억을 언급하며 "지금 이 나라에 꼭 필요한 화합과 공감의 경험을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해내셨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그리고 저는 바로 그 마음로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금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하겠다.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계셨다면 '꼭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주요국 정상이었던 인사, 국가지도자 등이 축하 영상과 서한을 전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하서한에서 "김 전 대통령은 인생 전부를 민주주의의 발전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경제적 발전에 바쳤다"며 "갈등과 분열,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들에 둘러싸인 한동훈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전 총리 등 문재인정부 시절 역대 총리들이 자리하기도 했는데요. 이 전 총리는 행사 직후 '전직 총리들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습니다. 정 전 총리는 같은 질문에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1부 행사 마무리까지 자리를 지킨 한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채 퇴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한 위원장을 향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를 외쳤습니다. 또 다른 시민들은 '한동훈을 응원합니다'라고 지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행사장 앞 김 전 대통령의 전신대와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 주변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화환 등이 자리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