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 2000원 시대"…연초부터 치솟는 외식 물가

외식 물가 고공행진에 서민 시름 깊어져
4인 가족, 삼겹살 외식 시 10만원 훌쩍
기업 인상 행렬도 문제…"체감 물가 상승 지속될 것"

입력 : 2024-01-08 오후 4:09:54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삽겹살집에서 후식으로 나온 된장찌개와 함께 먹기 위해 공깃밥을 시켰는데, 공깃밥 가격이 2000원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외식 물가가 너무 높은 것 같아요."
 
연초부터 치솟는 외식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일컬어지는 삼겹살, 짜장면을 비롯해 먹거리 가격 전반의 가격이 뛰면서 외식에 나서는 대다수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 지표상 물가 상승률은 조금씩 둔화하는 흐름에 있어, 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식 물가상승률…평균 2배 가까이 상승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3.6%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외식 물가상승률은 6%를 기록하며 평균의 1.7배에 달했습니다.
 
또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라 할 수 있는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6.8%로 평균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만큼 외식 및 가공식품 등 먹거리 품목의 가격 부담이 다른 물가 품목보다 월등히 컸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36개가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품목별 상승률을 보면 피자가 11.2%로 가장 높았고 햄버거(9.8%), 김밥(8.6%), 라면(8%), 오리고기(8%), 떡볶이(8%), 돈가스(7.7%), 삼계탕(7.5%), 소주(7.3%), 자장면(7.2%), 비빔밥(7.2%)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별로 살펴보면 삼겹살 외식비 1인분 가격은 지난 2014년 1만1988원에서 지난해 1만6026원으로 9년간 4038원이나 상승했습니다.
 
1인분 중량을 200g으로 환산할 경우 같은 기간 가격이 1만3985원에서 1만9168원으로 5183원 뛴 셈인데요. 식당별 편차는 있겠지만 4인 가족이 삼겹살 4인분을 시키고 부가적인 식사류나 음료를 곁들일 경우 10만원이 훌쩍 넘을 수밖에 없습니다.
 
간편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어 서민들에게 인기인 김밥의 가격 상승세도 가파릅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유명 김밥 프랜차이즈점의 일반김밥 한 줄은 2500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최소 가격이 3500원에 책정돼 있습니다.
 
또 3~4년 전 3500원 수준이던 참치김밥의 경우 현재 45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마저도 프리미엄 김밥 체인점의 경우 1000원가량 더 비싼 5500원 안팎에 가격이 형성돼 있어, 2인이 참치김밥 2줄만 사도 1만원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월간 지표 떨어진다지만…"통계와 현실 괴리 커"
 
사실 최근 월 단위 물가상승률은 조금씩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2% 오르며 전월(3.3%) 대비 0.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8월 3.4%로 3%대에 진입한 월간 물가상승률은 이후 9월 3.7%, 10월 3.8%로 상향 흐름을 보이다가, 11월 3.3%로 둔화한 이후 조금씩 안정화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등을 이유로 올해 소비자물가를 지난해 대비 1%포인트 낮은 2.6%로 관측했는데요. 물가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지표와 현실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통계상 물가 측정이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도 소비자들의 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기에 체감 물가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물가 통계를 이루는 요소가 워낙 많아 현장 먹거리 물가의 인상이 즉각 반영되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간극이 크다 보니 통계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이지, 물가가 하락 반전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셈이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계속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깃밥이 2000원에 판매되는 등 말도 안 되는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경우 (식당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소비자가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또 대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등 공급자들이 비용 혁신이라는 경영 철학을 통한 가격 인상 억제 노력에 나서지 않고, 곧바로 물가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점도 먹거리 물가 불안의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대기업들의 경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늘 강조하지만, 이에 따른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소비 이탈) 행태는 한번 바뀌면 다시 과거로 되돌아오기는 어렵다. 당국과 업계 관계자들 모두 이 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시민이 서울 시내 식당가에 걸린 음식 메뉴판을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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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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