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신태현 기자] 이른바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을 떠나 총선 준비 채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핵관들이 험지가 아닌 양지 출마 준비에 나서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끓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기존 현역 의원들과 용핵관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악 땐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옥새 파동'을 일으켰던 '진박(진짜 친박근혜) 사태'가 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5월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뉴시스)
경쟁력 떨어지는 용핵관…기득권 사수 올인
8일 정치권에 따르면 4월 총선 출마 위한 공직 사퇴 시한(11일)이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실이 총선 전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총선에 출마하는 공직자들은 선거일 90일 전에는 사퇴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초반부터 함께 해온 참모인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지난 대선 초반 네거티브 대응부터 인수위 인사 검증 등 주요 업무를 해 온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이 이날부로 용산 대통령실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각각 부산 수영과 강남을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외에도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를 출마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강명구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습니다. 또한 김인규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부산 서구·동구 출마 선언, 이병훈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예비후보에 등록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용산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인 '용핵관'들인데요. 문제는 이들은 험지보다는 양지 출마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이들의 지역구들은 보수 철옹성으로 꼽히는 곳이거나, 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구로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용핵관들이 험지가 아닌 양지 출마를 선호하고 있는 것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현역 의원들과 공천 경쟁으로 내부 권력 다툼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용산 대통령실 사람들 중에 국민들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경쟁력도 별로 없다"며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에서 입당한 전직 장차관들과 영입 인재들에게 당 점퍼를 입혀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통정리 실패 땐…제2의 '진박 사태'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2016년 총선 당시 제2의 '진박 사태' 재연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색채가 강한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진박'에는 공천을 주고 '비박(비박근혜)'은 전면 배제하는 공천을 시행해 파행을 빚은 바 있습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 같은 공천에 반발하며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가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공천 난맥상에 민심이 떠나가고 좀처럼 수습되지 않자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민심 이반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의석이 쪼그라들며 원내 제2당으로 주저앉았고 민주당은 123석을 얻으며 제1당으로 올라섰습니다.
여당의 기반은 중도층 비중이 상당한 수도권과 '텃밭'인 영남을 중심으로 무너졌습니다. 전체 지역구 의석이 122석인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35석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82석을 얻었습니다. 영남의 경우에도 민주당이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8석을 얻었습니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도 민주당을 탈당한 홍의락(북구을) 무소속 후보가 당선,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표진수 ·신태현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