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10년부터 8차례에 걸쳐 시도된 제4이동통신사 찾기가 신규 사업자 모집이란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도전장을 내민
세종텔레콤(036630),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등 3개 법인 모두 정부로부터 적격 통보를 받았는데요. 예상보다 빠르게 나온 적격 판단, 그리고 재무건전성 우려에도 탈락한 사업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업계는 제4이통을 출범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5G 28㎓ 대역 주파수할당을 신청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의 주파수할당 신청 적격여부 검토절차를 완료하고, 이들 모두에 대해 적격으로 통보했습니다. 전파법·전기통신사업법의 결격사유 여부, 주파수할당 공고 사항 부합 여부 등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적격검토반이 살핀 후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세종시 세종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출혈경쟁 없을 듯…주파수 경매는 25일
주파수 경매는 오는 25일 진행됩니다. 전파법 제11조에 따라 가격경쟁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중라운드 오름입찰방식으로 50라운드까지 진행하고,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밀봉입찰방식으로 결정하는 혼합방식이 적용되는데요. 경쟁적 수요가 없는 전국 또는 권역 경우 제11조제1항 단서에 따라 대가산정 주파수 할당 방법이 적용됩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 공고에서 전국권의 최저 경쟁가격을 742억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주파수 할당 3년차까지 전국 6000대의 28㎓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합니다.
소위 쩐의 전쟁으로도 불리는 주파수 경매이지만,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가 뛰어들었을 때만큼의 경쟁 가열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의 적격 판단이 나오기 전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최저 경쟁가격 이상 지불하는 경매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는데요.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만큼 최종 낙찰자가 치를 경매대가는 낮을 수 있습니다.
제 4이통에 나선 사업자들은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한 사업자는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기에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예상보다 정부의 적격검토가 빠르게 나왔는데, (제4이통을 출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려 반 기대 반…합병·매각으로 살길 찾는 해외 제4이통
통신업계는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시장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정책 목표대로 경쟁이 활성화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통신3사도 손을 놓은 5G 28㎓ 대역으로 신규사업자가 성공방정식을 써낼지 의구심을 품는 것이죠. 5G 28㎓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지만 도달 거리가 짧아 충분한 커버리지 확보를 위해 전국망으로 상용화된 3.5㎓ 대비 기지국을 3배 가까이 구축해야 합니다. 이 경우 신규사업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되거나 신규사업자가 비용보전을 중요시 하게 될 수 있어 통신비 인하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5G 28㎓는 통신3사가 충분한 기술, 재정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활성화에 이르지 못한 대역"이라며 "28㎓ 활성화를 위한 막대한 투자와 마케팅 비용 지출 부담에 신규 사업자가 통신요금 경쟁력보다 비용 보전을 택한다면 결국 통신비 경감이라는 정책 목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신시장 포화로 해외 여러 나라에서 제4이통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다수 국가에서 신규 이동통신사업자(MNO)가 나왔지만, 합병이나 매각 수순을 밟았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요이고(Yoigo)는 2006년 제4이통으로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가입자 감소에 2016년 사업을 매각했습니다. 알뜰폰(MVNO) 사업을 하던 일본 라쿠텐모바일은 2020년 제4이통으로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막대한 적자로 그룹 주요 자산 매각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제4이통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이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단면일 수 있다"며 "제4이통 추진에 있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