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혜진기자] “제품명이 같다고 다 같은 모델이 아니다.”
홈쇼핑에서 상품을 살 때 가장 유의해야할 점이다.
특히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는 같은 제품이라도 사양에 따라 모델이 나뉘어지고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품명만 보고 구매했다가는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컴퓨터를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컴퓨터를 구입하는 가장 우매한 방법이 홈쇼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GS샵에서 판매하는 R530은 시중의 R530과는 완전히 다른 사양을 가졌다.
36가지의 R530 모델 중 모델명 마지막에 H가 붙은 상품들이 홈쇼핑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이다.
R530은 대부분 펜티엄급 이상의 CPU를 채택하고 있지만 셀러론급을 채택한 모델은 GS샵을 비롯해
CJ오쇼핑(035760) 등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9가지뿐이다.
쇼핑호스트는 셀러론급의 CPU를 언급하기보다 시스템 메모리가 3Gb라는 것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500Gb라는 점만 강조했다.
한 컴퓨터 판매업자는 “사람의 뇌와 같은 CPU를 낮은 사양의 제품을 쓰면 메모리 등으로 순간기억력을 높인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며 “사실 HDD를 늘리는 건 가격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흔히 일반인들은 컴퓨터에서 CPU, 시스템 메모리, HDD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홈쇼핑 방송에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그나마 구체적 사양을 소개하는 화면도 금세 지나가버려 꼼꼼히 따져 보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쇼핑호스트들이 이런 낮은 사양의 제품을 최고의 제품인 양 소개한다는 것이다.
현대홈쇼핑(057050)의 한 쇼핑호스트는 주연테크의 컴퓨터를 판매하면서 “에쿠스를 소나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며 “모니터만 몇 인치를 받을지 결정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날 방송에서 판매한 컴퓨터의 기본구성은 CPU는 펜티엄 듀얼코어 E5500으며 1Gb 시스템 메모리, 160Gb HDD를 갖춘 저사양 본체와 20인치 LCD모니터였다.
그러면서 79만9000원인 제품을 보상판매와 일시불할인, 특정카드 할인까지 적용하면 61만5600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함께 판매한 21.5인치, 23인치, 27인치 모니터 패키지는 더 나은 사양의 본체로 구성돼 있었고 가격은 최저 9만9000원에서 최고 29만7000원까지 더 비쌌다.
가격은 61만5600원을 내걸었지만 쇼핑호스트는 저사양의 기본구성 본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다른 프리미엄급 패키지의 본체 사양만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받고 나서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전자제품은 전원을 켜고 나면 반품이 불가능하지만 이런 사실 역시 방송에서 고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 제품과는 제품 사양과 모델명이 다르므로 가격비교도 불가능해 자신이 정말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것이 맞는지 확인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시중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은 외관만 언급한 것이므로 ‘성능이 같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문제 삼을 수 없다"며 “여러 제품을 함께 팔면서 가격과 사양을 헷갈리게 하는 것 역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컴퓨터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이 요구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만들려면 사양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