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e스포츠기업 젠지가 친중 논란에 휩싸이면서 스폰서였던
LG유플러스(032640)가 후원을 종료했습니다. 2023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십 오브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한 젠지에 후원을 하며,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했지만 큰 수확 없이 마무리됐는데요. 일각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서 생긴 친중기업 이미지에 더해 이번 사태 또한 후원사로서 부담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오는 17일부터 4월까지 진행되는 2024 LCK에서 젠지에 대한 후원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6월 젠지의 e스포츠 팬덤과 글로벌 브랜드 가치에 주목해 스폰서십을 체결했습니다. 1020 팬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젠지를 높게 평가한 것이죠. 젠지 LoL팀의 유니폼 로고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아마추어 LoL 게임대회 유쓰롤도 진행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대표 캐릭터 무너와 콜라보 콘텐츠·굿즈도 선보이는 등 젠지와의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지난해 6월 LG유플러스와 젠지가 스폰서십 계약 체결을 축하하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젠지에 대한 스폰서십을 거두기로 한 것은 지난해 말 친중논란에 휩싸인 것이 결정타로 지목됩니다. 젠지는 지난달 20일 한 이벤트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했고, 중국 팬들이 반발하자 게시물 삭제와 함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사과문이었습니다. 한국어 사과문에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무결성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문구를 적었는데, 중국을 지지한다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영토의 무결성은 중국의 역사 용어인 영토완정을 번역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중국은 과거 자신들의 영토였던 모든 지역에 대해 무력을 동반한 수복권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해당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계약 만료에 따른 종료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계약 만료로 스폰서십이 마무리된 것"이라며 "젠지와 추가 스폰서십을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업계에서는 잠잠해진 친중 이미지를 수면아래로 가라앉히기 위해 젠지와의 관계를 일찍이 종지부 찍은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친중 이미지가 회자되는 것은 LG유플러스가 꺼리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5G 상용화 초기에도 LG유플러스는 친중 이미지로 곤혹을 치렀습니다. LTE망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고, 5G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중국 장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았는데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에 대해 "심각한 안보 사안으로 여긴다"고 지적했습니다.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백도어를 심어 전세계 주요 정부를 중국 정부에 넘기고 있다고 주장을 했는데요. 화웨이의 백도어 의혹 일축에도 LG유플러스 통신서비스는 친중 이미지로 인해 줄곧 폄하됐습니다.
e스포츠는 전세계 5억4200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마케팅 파급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큰 대회를 앞두고 스폰서십 종료에 나선 것도 젠지 사태로 또 한번 친중 이미지로 낙인찍힐 수 있는 점이 반영됐다는 얘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는 10~20대가 주 시청층으로 통신업계에는 주 고객층에 투자를 한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스폰서십에 따라 기업 이미지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만큼 부정적 요인 제거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업계 경쟁기업인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가 e스포츠팀을 운영하고 후원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LG유플러스는 다시 먼 산만 바라보게 됐습니다. SK텔레콤은 2004년 e스포츠팀 T1을 창단했고, 2021년 인적분할 후에는 T1의 메인스폰서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KT는 롤스터를 운영 중입니다. 이번 LCK에 T1과 롤스터는 참가합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