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8시간여의 회의 끝에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길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을 낸 검찰의 입장과는 다른 결론이라, 현재 1년 가까이 김 청장을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시선이 쏠립니다.
수사팀 의견과 다른 결론 낸 수사심의위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 수사심의위는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아온 김광호 청장에 대해 기소 의견을 의결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같은 혐의가 적용된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검찰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외부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김 청장에 대해서는 9명이 ‘기소 의견’을, 6명이 ‘불기소 의견’을 내 최종 ‘기소’를 권고했습니다. 반면 최 전 서장에 대해선 14명이 ‘불기소 의견’을 내고 1명만 ‘기소 의견’을 내 ‘불기소’ 권고안이 의결됐습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속할지,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심의해 검찰에 권고하는 제도입니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사항에 불과할 뿐 강제성이 없습니다. 때문에 수사심의위의 의결대로 김 청장을 기소하고 최 전 서장을 불기소할지, 아니면 둘 다 기소하거나 불기소할지 최종 결정은 검찰의 몫입니다.
최종 결론은 검찰 몫…서부지검 “법리 면밀 분석”
이번 수사심의위를 제외하면 총 14번의 수사심의위가 열렸는데, 검찰이 권고를 따른 건 총 10번입니다. 검찰이 권고를 따르지 않은 대표적 사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건입니다. 당시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다만 이번의 경우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재용 회장 때처럼 사건 관계인이 수사심의위를 요청한 게 아닌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했기에 검찰의 최종 처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한 경우는 6번인데 이 중 5번을 검찰은 권고에 따랐습니다.
앞서 이날 수사심의위가 열리기 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는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을 열고 ‘불기소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지난해 1월 경찰이 김 청장 등을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1년 가까이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과 대검찰청 사이 이견이 있다는 잡음도 흘러나왔습니다.
검찰 수사팀이 최근 김 청장에 대해 불기소라는 잠정 결론을 내고, 수사를 종결할 명분을 수사심의위를 통해 얻고자 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부지검은 “수사심의위에서 심의 의결한 내용을 종합해 증거, 사실관계 및 법리를 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최종적인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