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감시 권한' 없는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

넥슨 과징금 이후 '거짓 확률' 검증 중요해져
개정 게임산업법은 확률 표기·방법만 규정
표기·실제 확률 '실시간 대조' 근거 없어
법조계 "법적 근거와 인력·예산 확충해야"

입력 : 2024-01-16 오후 4:56:2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 내 아이템 확률 표기를 강제한 개정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이 게임사 감시 기능을 보장하지 않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모니터링단을 통해 게임사들의 아이템 확률 표시 의무 이행을 감시할 계획인데요. 정작 이 모니터링단엔 게임사의 공지 확률과 실제 아이템 등장 확률을 실시간 대조할 법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기 의무를 강제한 개정 게임산업법이 오는 3월22일 시행됩니다. 게임사들은 게임산업법 33조2항에 따라 자사 게임물과 웹사이트, 광고물에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공급 확률 정보 등을 표기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게임사 넥슨에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 파이터' 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사들은 이미 자율 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지하고 있는데요. 결국 관건은 게임사가 공개하는 이 확률 정보와 실제 확률이 일치하는지입니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에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면서 "게임사 공지 확률과 실제 프로그램의 작동 확률을 실시간 대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넥슨의 경우 과거 아이템 확률 표기 의무가 없던 시절의 상황임에도 이 같은 제재를 받았는데요. 이처럼 '게임사가 공지한 아이템 확률이 실제와 다르니 소비자 기만'이라는 논리에 충실하려면, 더욱이 게임사가 공개하는 확률과 실제 확률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비정규직 24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 출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링단은 앞으로 게임사들이 아이템 확률 표기를 거짓 없이 하는지 살피게 됩니다.
 
하지만 모니터링단의 활동 근거인 개정 게임산업법에는 이들이 '게임 프로그램 내 아이템 공급 확률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시행령에도 아이템 확률 표기 방법만 구체적으로 적혀 있고, 감시 기구가 게임 프로그램 내 아이템 공급 과정을 언제든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모니터링단이 효용성을 충분히 갖추고 출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확률 정보 관련 의혹이 있을 경우 공정위의 직권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직권 조사의 근거가 되는 의혹이 있으려면, 모니터링단이 언제든 게임 프로그램 내 아이템 등장 확률을 실시간으로 열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모니터링단 운영에 대한 세부 계획과 해설서를 만들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학계에선 감시 기구가 회사 수익 모델(BM) 관련 업무 내용을 들여다볼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한, 모니터링단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교수(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총무이사)는 "모니터링단의 확률형 아이템 감시는 회사 서버에 실시간으로 접속해야 가능할텐데,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법조계 역시 모니터링단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게임이용자협회장)는 "인력과 법률상 근거 부족으로 게임사의 표기 확률과 실제 확률의 일치 여부 검증은 불가능해보인다"며 "장관 고시나 지침으로 근거를 마련해도, 게임사에 해당 자료를 요구하거나 로그(프로그램 작동 기록)을  뜯어볼 수 있거나, 그 확률을 확인해볼 검증용 아이디(ID)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모니터링단 운영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적 근거와 인력,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문체부는 이달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의 본격 시행에 대비해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을 설치하고, 확률정보 미표시와 거짓 확률 표시 등 법 위반 사례를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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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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