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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허찬영 기자]
HD현대(267250)그룹이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전략사업으로 꼽으면서 HD현대의 알짜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그룹 내 핵심 중책을 맡게 됐다. HD현대그룹이 내세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오랜 시간과 대규모 자본 투자를 요구하는 자본집약 산업이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든든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기업공개(IPO) 삼수생 현대오일뱅크가 IPO 재도전에 나설 이유가 생겼다.
현대오일뱅크. (사진=현대오일뱅크)
'자본집약' 친환경 에너지 사업 위해서는 IPO 절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 2018년, 2022년 등 총 3번의 IPO에 도전을 했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가장 처음으로 IPO에 도전했던 2012년에는 직전 연도에 정유업계가 호황기를 맞아 현대그룹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2011년과 달리 IPO를 추진하던 2012년에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해 정유업계가 처참한 실적을 받게 됐다. 당시 상장을 추진하던 현대오일뱅크도 경영 환경과 실적이 악화하면서 상장을 중도 철회했다.
2016년과 2017년에 잇따라 양호한 성적을 거두며 2011년과 이익 규모가 비슷해지자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두 번째 IPO 도전에 나섰다. IPO 절차를 진행하던 중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와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입으며 제동이 걸렸다. 또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저평가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한번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철회 4년 만인 IPO에 재도전한 2022년에는 직전 연도에 1조1424억원의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정제 마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IPO 완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역대급 증시 급락을 이유로 또다시 상장 작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최근 HD현대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선택하면서 현대오일뱅크가 그룹 내 핵심 중책을 맡게 된 만큼 IPO 4번째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기선 사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친환경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발언한 점도 IPO 재도전에 힘을 싣는다.
현대오일뱅크는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으로 블루수소와 화이트 바이오, 화학·소재를 꼽았다. 이와 함께 2022년 중 HPC프로젝트 상업 가동 등을 통한 화학소재 사업 확대, 2023년 2세대 화이트 바이오 진출, 2025년 블루수소 10만톤 생산, 2030년 100만톤의 바이오 생태계 구축 등을 친환경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정 사장의 의지가 담긴 친환경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추진 중인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재무 상황이 넉넉지 않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오일뱅크가 IPO 도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IPO 걸림돌부터 정리 필요한 상황
현대오일뱅크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일부는 상장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먼저 과거보다 악화된 재무 상태를 건전하게 돌려놓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3분기 현대오일뱅크의 매출액은 20조1947억원, 영업이익은 6142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3.3%, 영업이익은 77.9% 하락했다. 당기순이익도 2022년 3분기 1조430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1663억원으로 약 10배가량 줄었다.
현금성 자산만 보면 2022년 말 기준 176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015억원으로 늘어 재무 상태가 좋아 보이지만, 이는 단기 차입금으로 마련한 현금이다. 단기 차입금을 보면 2022년 말 231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1조929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부채비율도 2022년 말 184.9%에서 지난해 3분기 216.7%로 약 30%포인트 올랐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불안하다고 본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회사채를 발행하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 50만톤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 전환에 착수하는 등 친환경 제품 밸류 체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블루수소 생산을 통한 수소 밸류 체인 구축에도 힘쓰고 있는 만큼 재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무 상황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지난해 말 제기된 '페놀 의혹' 사태다. 페놀 의혹은 현대오일뱅크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자사 공장과 현대OCI, 현대케미칼 등 자회사에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를 불법 배출한 혐의 받고 있는 내용이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던 중 현대오일뱅크가 폐수 불법 유출 등 환경오염 이슈에 연루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친환경 에너지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 방법 중 하나로 상장을 고려했을 현대오일뱅크의 계획이 예상보다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즉 현대오일뱅크의 수소 사업 로드맵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업 관련 투자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IPO가 최선의 방법으로 떠오르지만 현대오일뱅크 측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AF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며 수익 지표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당사의 수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공정을 더욱 유연하게 운용할 계획"이라며 "운전 자본 부담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친환경 투자 외 생산 설비 증산 등의 기존 정유설비 투자는 수익성을 고려하며 검토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chanyeong66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