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전기차 성장세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차(005380)의 전동화 전환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특히 올해 대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판매가 부진한
기아(000270) EV9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7을 출시합니다.
현대차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아이오닉 7 생산을 위해 이달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아산공장 가동을 멈추고 전기차 생산 설비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아이오닉 7은 기아 EV9과 비슷한 크기로 대형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모델로 주목 받고 있는데요. 아직 아이오닉 7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2021 LA오토쇼에서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하며 대형 SUV 전기차 비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해 넓은 실내공간과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현대차는 세븐 공개 당시 최대 482km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이오닉 7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지만 문제는 시들해진 전기차 인기입니다.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21년 117.1%에서 2022년 65.2%, 지난해에는 26%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습니다. 올해 성장률은 23.9%로 전망됩니다.
특히 업계는 올해 전기차 시장을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하와 저가형 모델 확대로 전기차 대중화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상무는 "올해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라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의 '합리적 가격' 달성이 필수적인 만큼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어느 때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아 EV9.(사진=기아)
아이오닉 7의 경우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큰 차체에 고용량 배터리,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먼저 나온 EV9(7337만~8397만원) 보다 가격을 낮추기 힘든 구조죠.
EV9도 지난해 6월 출시 당시 높은 가격으로 판매량이 예상보다 부진했습니다. EV9은 사전예약 당시 8일 만에 1만대를 넘어서며 인기를 누렸지만 실제 지난해 판매량은 7668대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공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달성한 수치입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가격이 높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10월 EV데이 행사에서 "EV9을 론칭하면서 젊은 수입차 수요층을 가져오려는 목표가 미흡했고 국내 판매가 기대하는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며 부진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오닉 7 크기나 가격대를 고려하면 수입 전기차와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데요.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2만6572대 팔려 전년(2만3202대) 대비 오히려 3000대 이상 늘었습니다. 올해는 더욱 다양한 차급과 차종의 수입 전기차 출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차급인 만큼 가격대가 높아 구매층이 얇고 전기차 보조금도 제한적"이라며 "아이오닉 5, 6 만큼의 인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기아는 올해 상반기 중소형 전기 SUV EV3를 출시하며 보급 전기차 시장 확대에 나섭니다. 가격은 4000만원 전후가 될 예정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 3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