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19년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청사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 이후 방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북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됩니다. 관련해 중국 건국기념일과 북중 수교 기념일이 있는 10월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이 점쳐집니다.
푸틴, 4월 이후 방북…"러시아의 반대급부 주목해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3월 대선 전 방북설을 부인하며 "그것은 더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3월 15~17일 진행되는 러시아 대선 전 북한 방문을 부인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시기 문제일 뿐입니다. 지난 19일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시기를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2년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외국 정상을 북한으로 초청한 것은 3차례에 불과한데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11월 북한·쿠바 정상회담, 2019년 6월 북중정상회담이 유일합니다.
한미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북한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3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획득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뿐 아니라 포탄도 상당히 잘 사용하면서 북러관계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다"며 "북한이 (북러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첨단 군사 역량을 추구하고 있기에 우리는 매우,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 관계에서 푸틴이 얻는 것뿐 아니라 김정은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과업으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이(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 무기 보유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과업들은 이미 상당 부분 성과를 실현했으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명예위원은 '2024 러시아 정세 전망'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 서방 위성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가 2023년 여러 차례 북한으로부터 상당량의 포탄을 보급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2023년 11월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 12월 고체연료기반 '화성-18형' ICBM 발사 등이 러시아의 조력에 기인한 것인지 예의주시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한과 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북러 군사·경제 협력의 관건은 러시아가 북한에게 반대급부로 주고 있는 것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이 한국 입장에서는 주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나온 어린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은, 10월 방중 점쳐져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이후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 시진핑 주석과 김 위원장은 축전을 주고 받으며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왕래를 긴밀히 하고 친선의 정과 단결의 유대를 더욱 두터이 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에서 협동을 보다 강화해 나감으로써 조중 관계사에 새로운 한 페지를 아로새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19일에는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꼽히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이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와 대면하기도 했습니다.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중국 창건 기념일이자 대규모 열병식이 열리는 10월 1일과 북중 수교 기념일인 10월 6일 즈음으로 예상됩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올해 하반기에, 중국 창건 기념일과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일이라는 명분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러시아와는 주로 군사·안보 분야 협력을 하고 중국과는 경제·인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중국 내에서도 김정은 방중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직접 방중을 해야 북측에서도 중국으로부터 '선물 보따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