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거부…유가족 '끝내 오열'·시민사회 '날 선 비판'

30일 국무회의서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의결
유가족 "결국 나라가 우리를 버렸다" 분노

입력 : 2024-01-30 오후 3:17:42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윤석열정부와 여당은 159명과 그 가족들을 송두리째 외면했고, 우리는 더 이상 이 정부에 대한 기대치도 희망도 없습니다."
 
30일 오전 9시 30분.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국무회의가 시작되기 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 공포를 촉구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데다 특별법 통과로 진상규명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한 유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상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결실을 보기도 전에 결국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이 의결됐고, 유가족들의 탄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유가족들은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라고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의결되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족, '이태원특벌법' 불발에 눈물
 
전날 오체투지를 하며 쏟아낸 눈물이 마르기도 전인 오늘, 거부권 행사 소식에 또다시 유가족들은 차가운 정부청사 문을 부여잡고 오열했습니다.
 
오랜 기간 표류하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이날을 기점으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고 이주영씨 아버지인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년이 넘게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와 면담 요청을 외면하더니 결국 이태원참사특별법 공포를 거부했다"면서 "10.29 이태원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안전사회로 만들기 위한 법인데, 이 법을 거부한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면서 "참사의 진상규명과 정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은 기필코 이뤄질 것이고,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피해자지원위원회 구성 등을 발표했지만 유가족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부는 이태원참사 피해자와 유족을 위해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무총리 소속 피해지원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 생활 안정 지원금과 의료비, 배상·지원 등이 골자입니다.
 
이에 유가족들은 "지원위원회를 착수한다고 했는데, 바로 중단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면서 "진실을 찾지 않은 채 정부가 하겠다는 피해자 지원을 원하는 유가족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정부에 분명히 말하지만, 진실규명 없이 피해자 지원을 위한 그 어떤 일도 하지 말라"면서 "지금 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영정과 위패 없이 분향소를 차리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사회도 "진실 외면" 비판
 
정부의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시민사회의 비판도 거셉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윤정부에 의해 애끓는 유족들의 염원이 무시당했고, 특별법을 공포하라는 시민들의 바람은 철저히 짓밟혔다"면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외치는 유가족 앞에서 위헌 소지를 운운하고, 보상 지원을 말해 이들을 모욕하고, 침묵을 강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떠한 이유로도 법을 거부할 근거가 없는데, 대통령이 헌법적 의무를 걷어찬 것"이라면서 "사회참사 진상규명의 책임과 의무를 거부하는 윤대통령은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를 건내고, 특별법의 거부권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김 지사는 "나라가 이러면 안 된다. 참사 때도 국가는 없었는데, 윤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국가의 책임까지 거부했다"면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치이고, 나라의 존재 이유"라고 직언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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