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 이은 '효녀 게임' 될까···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기대와 우려

주류 문법 재해석, 콘솔서도 통할지 관심
SIE 세컨드 파티 계약, PS5 몰입감 기대
예고편서 게임 비추는 카메라 역동적 활용
업계 "그래픽 좋아도 서사 약하면 참패"

입력 : 2024-02-02 오후 4:27:43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시프트업의 첫 콘솔 액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가 전작 만큼의 매출 증대를 이뤄 기업공개(IPO) 준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끕니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전날 스텔라 블레이드 예약 구매 홍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발매일은 4월26일로, 플레이스테이션(PS)5에 독점 출시됩니다. 디지털 판은 7일 오전 10시, 디스크 판은 3월1일부터 예약할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카메라 활용 '몰입감' 예고
 
시프트업은 이번 예고편에서 기존 AAA급 콘솔 액션 게임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3인칭 액션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는 카메라 이동이 관심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액션 영화를 볼 때, 카메라 시점 변화에 따라 느끼는 박진감이 다르잖아요. 스텔라 블레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면 왼쪽에서 주인공 이브의 정수리가 보이는 동안, 오른쪽에 있는 검이 힘겹게 괴물의 외피를 찢으며 화면 앞으로 다가오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기법이 쓰인 모습. (사진=SIE 유튜브)
 
보통 3인칭 액션 게임은 카메라가 주인공과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다니는 '트래킹'을 합니다. 그러다 전투를 포함한 주요 장면에서 다양한 각도로 주인공을 비추는데요. 주인공 '이브'가 대형 괴물에 몸을 맞대 검으로 공격하는 순간, 카메라가 주인공의 허리 또는 가슴부터 머리까지 잡아내는 '미디엄 숏'이나 '미디엄 클로즈업'을 합니다.
 
그리고 이브의 공격이 끝나 괴물에게서 떨어지는 순간에 맞춰, 카메라도 멀어지며 이브의 착지와 상처 입은 괴물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는 '롱숏'이 이어집니다.
 
또 이브가 공격을 힘겨워할수록, 연출도 그 위태로운 상황을 따라갑니다. 화면 왼쪽에서 주인공 이브의 정수리가 비춰지는 동안, 화면 오른쪽에 있는 그녀의 검이 힘겹게 괴물의 살을 찢으며 카메라 앞으로 다가오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하는 식이죠. 해외 대작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 XVI'과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도 영화 같은 연출로 유명한데요. 이런 게임성을 국산 콘솔 게임이 예고했다는 점이 게이머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주인공 '이브'가 대형 괴물에 몸을 맞대 검으로 공격하는 순간, 카메라가 주인공의 허리부터 머리까지 잡아내는 '미디엄 숏'을 한다. 3인칭 콘솔 대작 게임의 연출이다. (사진=SIE 유튜브)
 
시프트업이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SIE의 세컨드 파티 파트너사에 합류한 점을 볼 때, 게임의 품질이 평범하진 않을 것이라는 업계 관측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프트업이 이번에도 대작 게임의 흥행 공식을 재해석하는 데 성공할 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선례는 서브컬처 게임들의 문법을 재해석한 PC·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입니다.
 
시장 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니케는 2022년 11월4일 출시 후 14개월만인 지난달 25일까지 누적 매출 7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을 합친 기록입니다.
 
국가별 누적 매출은 일본이 57.6%로 가장 많고, 미국과 한국이 각각 15.3%와 13.7%로 뒤를 이었습니다. 니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캐릭터가 2~3등신으로 만들어진 동종 게임들과 달리, 전투와 일상 모두 원화와 동일한 실사 비율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점입니다.
 
스퀘어 에닉스의 '니어: 오토마타' 등 유명 게임과의 고품질 협업도 게이머들의 관심을 꾸준히 붙드는 힘입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콘솔 액션 게임이지만, 기계 생명체에게 뺏긴 지구를 되찾기 위해 인류가 반격하는 세계관이 니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게임은 2017년 출시돼 750만장 팔렸습니다. 유형석 니케 디렉터도 이 작품이 니케 개발에 영감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주인공 이브. (사진=SIE 유튜브)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대작의 문법을 소화해 시프트업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할지 기대를 모읍니다. 이 게임은 여러 대작 게임의 장점을 흡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먼저 니어: 오토마타의 영향도 엿볼 수 있습니다. 괴물로부터 지구를 되찾기 위해 주인공이 파견됐다는 설정, 드론이 주인공 옆을 지키며 지원 사격하는 방식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특정 장소에서 휴식할 때 주인공 체력이 회복되는 대신, 같은 구역의 적들이 부활하는 방식도 기존 흥행작과 닮았습니다. 이 방식의 보편화에 기여한 작품이 일본 프롬 소프트웨어의 '소울' 시리즈인데요. 실사형 3인칭 액션 콘솔 게임인 소울 시리즈는, 2D 화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장애물을 넘고 적과 싸우는 '록맨' 등 플랫포머 장르의 문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번 작품의 흥행 성공 시 매출 상승은 물론 기업공개에도 호재가 될 전망입니다. 시프트업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최근 JP모건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해외 시장 공략과 IPO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디렉터인 김형태 대표가 1일 플레이스테이션 신작 발표 행사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 SIE 유튜브)
 
데모 없이 정식판 출시 '우려 반'
 
데모 판 공개 없이 정식 판 출시만 앞둔 게임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스텔라 블레이드는 미녀 주인공과 3인칭 액션, 니어 오토마타식 세계관 등 주류의 문법과 유행을 적극 받아들인 모습"이라면서도 "콘솔 게임의 근간인 서사가 부실할 경우 흥행을 보장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니어: 오토마타는 주인공이 예쁘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니라, 이야기가 매력적인데 주인공도 예쁘니까 흥행한 것"이라며 "그래픽 좋다는 '포스포큰',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아쉬운 결과를 낸 반면, 네오위즈 'P의 거짓'은 피노키오 이야기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잘 풀어내면서 소울의 문법을 따랐기 때문에 잘 먹혀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프트업은 콘솔 액션 게임의 문법을 이미 체득해냈다고 자신합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디렉터인 김형태 대표는 1일 플레이스테이션 신작 발표 행사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이 게임은 우리가 수년 간 유저 여러분께 선보이기를 꿈 꿔 온 게임"이라며 "PS5와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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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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