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국내에서 세포·유전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 소관 법률인 첨생법에 대한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임상연구를 거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보건당국의 치료계획 승인을 받아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됐다면 치료가 허용됩니다.
첨생법은 2020년 8월부터 시행됐으나 내용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가 활발히 연구됐지만 지금까지는 사전 승인된 연구대상자에 한해 임상 연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허가된 사례가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에 제약이 있는 등 첨단재생 의료 기술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첨생법 시행 후 매년 국내 환자 1만~2만여 명이 일본 등 해외로 원정치료를 떠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국내에선 지난 3년간 665명 환자만이 임상연구를 통해 치료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첨생법 개정안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연구자 주도 임상 규제를 완화하면서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용이해집니다.
차바이오텍은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차바이오텍 측은 개정된 첨생법이 시행되면 재생의료에 사용되는 세포치료제 CDMO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 1월 말 골관절염 치료제 '퓨어스템-오에이 키트주'의 임상 1상 고용량군 투약을 개시했습니다. 퓨어스템-오에이 키트주는 무릎 관절강 내 주사 단회 투여를 통한 연골조직 재생 등 골관절염의 근본적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스템바이오텍 관계자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어 고통받는 골관절염 환자들이 퓨어스템-오에이 키트주의 상업화 전에도 치료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첨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세포·유전자 치료제 경쟁력 강화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술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그동안 관련 데이터의 축적이 많지 않아서 보수적으로 연구했다. 이제는 혁신 기술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희귀질환 치료의 접근성이 강화됐다"라며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들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모달리티(치료접근법) 측면에서도 세포치료제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도 규제를 완하고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규제를 정립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