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금융위발 테마주' 주의보

금융위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PBR 테마 생성
금감원 주의 당부했지만…정부가 테마주 만든 꼴

입력 : 2024-02-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금융위원회발 테마주 주의보가 울리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테마가 형성된 것인데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 유의를 당부한 금융감독원이 멋쩍은 모습입니다. 
 
정책테마주 주의하라며…정부가 만든 '저PBR' 테마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정치테마주를 주의하라며 총선 시기와 관련해 두 가지 유형의 테마주를 소개했습니다. 선거 초반엔 정치인과 인적관계로 연관된 '정치인'테마주가,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인의 공약과 정책 등에 따른 '정책'테마주가 시장의 관심을 빨아들인다고 설명했습니다.
 
4월 총선까지 두 달여 남은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정책테마주들로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17일 금융위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으로 저PBR 테마가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들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정책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기업의 순자산가치가 주가보다 낮아 PBR이 1배 이하인 이른바 '저PBR주' 찾기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지주사들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17일 11만7000원으로 마감한 삼성그룹의 지주사 삼성물산(028260)은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매일 6.32%, 1.41%, 6.40%, 7.75%씩 올랐습니다. 지난 5일엔 장중 15만59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롯데지주(004990)도 지난달 29일 장중 3만3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일에도 한화(000880)(10.09%), LG(003550)(7.44%), LS(006260)(5.38%) 등 지주사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F&F홀딩스(007700)는 1일 상한가를 찍기도 했습니다. 
 
지주사 외에도 금융주들이 저PBR주로 각광받았습니다. 지난달 29일엔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가, 이달 1일엔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정책으로 정책테마주가 급등한 셈입니다. 이로 인해 4월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따릅니다. 정치테마주 주의보를 울린 금융당국이 정작 정치테마주를 만들어버린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저PBR 테마로 떠오른 지주사는 과거 2014~2015년에도 크게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064850)의 FnGuide지주회사지수는 2015년 7월3일 2342.09로 고점을 기록했는데요. 2014년엔 정부가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고, 2015년엔 공정거래위원회발 대기업집단 소유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있었습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시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한다든가 인센티브 관련 세금을 경감시켜주는 정책 등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것과 비슷한 어조의 정책들이 나오긴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책과 맞물려 실제 실적도 잘 나오자 지주사들의 주가가 상승한 결과입니다. 
 
FnGuide지주회사지수는 2015년 고점을 찍은 후 오랜 기간 지지부진하다가 최근에야 저PBR 테마를 타고 상승하는 중입니다. 
 
"과열 양상·기업 부담 우려" 대 "과열 아냐·주가 안정화 될 것"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저PBR테마 장세를 '과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금융당국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우리 증시가 PBR 측면에서 저평가됐다는 측면,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주주환원 정책,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금이 유입되고 주가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너무 단기간에 급등해 잠시 숨고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세부 계획이 2월 중으로 발표되는데 그걸 바탕으로 저PBR 테마가 또 다시 부상해 주가가 3월에 또 한 번 튈 것"이라며 "3월이 끝나면 1분기 실적이 나오는데 그때는 정책 기대감과 상관 없이 실제 실적과 가치가 그만큼 따라오지 않은 기업들은 주가가 오버슈팅 된 것이라고 판단, 3월 말쯤 차익실현 물량이 더 크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공매도 금지도 그렇고 최근 정부에선 자본시장에 여러가지 간섭을 했는데 오히려 시장을 더 교란하는 것 같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은 두고봐야겠지만 저PBR 종목들도 어쨌든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인데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PBR을 1배 이상으로 올릴 것인지, 해당 기업들에게 자사주 추가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가중시켜 부담을 전가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금융당국은 신중한 모습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총선과 상관 없는, 정부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외국인과 기관들이 개인보다 더 많이 매수한 걸 봐도 기존 테마주 장세와는 다르고 아직은 과열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성은 못 느끼고 좀 더 두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은 원래 변동성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잘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주가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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