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7년 해법)SM 탈퇴 후 1인 기획사 설립 '봇물'

4대 기획사 중 1인 기획 독립 비율 53.7% 가장 높아
중국인 멤버 탈퇴 후 연이은 1인 기획사 설립
글로벌 공략 위한 중국인 영입…노예 계약 논란으로

입력 : 2024-02-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김재범 기자] 전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K팝, 그리고 그 시장을 이끄는 국내 4대 메이저 엔터사. 한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이들 회사가 ‘7년 징크스’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7년마다 회사 명운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전 ‘기획사’ 시절 이른바 ‘노예 계약’ 문제가 터지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2009년 표준거래계약서가 채택돼 ‘7년 계약’ 효력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부터 국내 엔터 산업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면을 <뉴스토마토>가 들춰봤습니다.
 
에스엠(041510)은 국내 4대 엔터사 중 소속 아티스트(그룹)의 중국인 멤버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가장 먼저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국인 멤버들을 영입한 결과물인데요.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략은 '아킬레스건'으로 발현됐는데요. 에스엠의 크고 작은 아티스트 계약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 중심은 ‘중국인 멤버’들이었습니다. 엔터업계에선 중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멤버 영입이 가속화하는 현재 외국인 멤버 관리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자료=뉴스토마토
 
'노예 계약' 논란에도 이탈률 가장 낮아
 
에스엠은 '노예 계약'이란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인데요. 2009년 동방신기 전 멤버 3인과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에스엠 소속 아이돌의 계약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당시 ‘노예 계약’이란 말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요. 작년 6월 엑소 멤버인 첸백시(백현, 시우민, 첸)와의 갈등에서도 ‘노예 계약’이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잇따른 ‘노예 계약’ 논란에도 불구하고 에스엠이 4대 메이저 엔터사 중 아티스트 이탈률이 가장 낮다는 점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 사이에 에스엠에서 데뷔한 그룹은 총 4팀(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NCT)입니다. 총 멤버 수만 48명인데 현재까지 에스엠에 잔류하고 있는 인원은 35명입니다. ‘탈SM’ 비율이 27.1%로 4대 기획사 중 가장 낮습니다. 가장 높은 이탈률을 보이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68.4%)와 무려 41.3%p의 격차를 보입니다. 
 
엑소 정규 7집 '엑지스트' 단체 사진.(사진= SM엔터테인먼트)
 
탈SM, 1인 기획 설립률 1위 
 
눈길을 끄는 건 4대 기획사 중 아티스트 이탈율은 가장 낮지만, 이탈한 아티스트가 1인 기획사를 설립한 비율은 가장 높다는 점입니다. 이탈한 아티스트의 1인 기획사 설립률은 53.7%, 에스엠을 나간 아티스트 둘 중 한 명은 1인 기획사를 차린 셈입니다. 같은 기준에서 1인 기획사 독립 비율이 가장 적은 JYP Ent.(035900)(15.4%) 대비 2.5배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에프엑스 멤버 루나는 2019년 계약 종료 후 1인 기획사를 설립했고, 또 다른 멤버인 중국 국적의 빅토리아도 중국에서 1인 기획사 설립 후 활동 중입니다. 엑소 멤버 디오도 1인 기획사를 설립했고, 백현은 첸 시우민과 함께 신생 기획사 INB100을 설립했습니다. 
 
고질적 문제 중국인 멤버 이탈
 
에스엠을 이탈한 아티스트 중 중국인 비율이 높다는 건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그만큼 중국인 멤버 관리에 대한 매니지먼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009년 이후 에스엠에서 데뷔한 아이돌 그룹 전체 총 멤버 수는 59명입니다. 이중 중국인 멤버는 11명으로 18.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JYP엔터는 2명(2.9%), 하이브(352820)는 2명(2.5%), 와이지엔터는 중국인 멤버가 없습니다. 
 
엑소 전 멤버 루한, 타오, 레이, 크리스.(사진=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데뷔한 중국인 멤버의 중도 계약 파기는 에스엠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됩니다. 한국인과 중국인으로 구성된 12인조 그룹 엑소는 2012년 4월 데뷔했지만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중국인 멤버 크리스 루한 타오가 연이어 그룹을 탈퇴했습니다. 레이는 2017년 정규 4집부터 2021년 스페셜 앨범을 제외한 모든 그룹 활동을 불참하고 2022년 에스엠과 계약이 종료됐습니다. 타오는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중국에서 활동 중이며, 레이도 중국에 1인 기획사를 설립했습니다. '탈SM' 이후 1인 기획사를 설립한 이들 중 57.1%가 중국인 멤버입니다.
 
앞서 2005년에 데뷔한 슈퍼주니어도 중국인 멤버 한경의 이탈로 이슈의 중심에 선 바 있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NCT에도 중국인 멤버(쿤, 윈윈, 샤오쥔, 런쥔, 천러)가 있고, 에스파는 닝닝이 중국 국적입니다. 작년 데뷔한 라이즈가 에스엠이 선보인 그룹 중 중국인 멤버가 포함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보이그룹입니다. 
 
에스엠 측은 중국인 멤버들의 이탈 관련 문제와 관련해 "계약 관련 내용이라 언급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K엔터의 원조’라는 자부심으로
 
중국인 멤버를 제외하면 사실상 소속사 이탈율은 현저히 낮아지는데요. 업력이 오래된 만큼 에스엠에는 오랫동안 계약 관계를 이어오는 아티스트도 많습니다. H.O.T 출신 강타(1996년 데뷔), 보아(2000년 데뷔)를 비롯해 동방신기 윤호·창민(2003년 데뷔), 슈퍼주니어 이특·희철·예성·신동·시원·려욱(2005년 데뷔), 소녀시대 태연·효연·유리·윤아(2007년 데뷔) 등이 아직도 에스엠과 동행 중입니다. 2002년 데뷔한 블랙비트 황상훈은 에스엠 소속 안무가로 활동 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엠에는 소속 아티스트가 오래 있으면서 임원으로 재직중인 경우가 많다”면서 “남아있는 아티스트들은 ‘K엔터의 원조’란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에스엠의 전략적인 중국인 멤버 영입이 매번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면서 “에스엠 내부에서 라이즈 이후 선보일 그룹의 글로벌 멤버 영입에 대한 논의도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사진=SM 엔터테인먼트)
 
신상민·김재범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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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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