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제재가 바이오테크(바이오기술 생명공학) 분야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일부 산업과 소재·장비 무역 등 실물 부문에만 집중하는 경제안보 이슈의 한계를 벗고 바이오테크, 금융, 클라우드 서비스 부분까지 종합적인 검토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14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대중 견제조치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최근 미국의 대중 견제가 인공지능(AI)·양자 컴퓨팅·첨단반도체 등으로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다음 견제 대상 분야로 바이오테크 분야의 중국 기술개발 억제와 견제 조치 강화를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선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산업 전시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이외 분야로 확대
다음 견제 대상 분야로 바이오테크를 꼽은 이유는 점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와 궤를 함께합니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OECD 특허 자료를 인용한 결과를 보면, 2010년도 초반 중국의 바이오테크 특허 점유율은 1위인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독일보다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중국의 바이오테크 특허 비중은 급속도로 성장해 일본, 독일,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미·중 간의 기술 격차도 감소하는 상황입니다.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은 자국 벤처투자를 바탕으로 투자자금 조달을 자국화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등 해외기술 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감소 추세입니다.
산업연 측은 "미국은 바이오테크에 대한 중국 기술 성장력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 부문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향후 새로운 안보 기술로 지목되는 바이오테크 부문에 대한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금융 부문 견제 조치 범위는 바이오테크로 확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의 기존 실물경제 부문 견제 조치는 미 첨단반도체 조달을 통한 중국의 군사력과 첨단산업 경쟁력을 억제하려는 목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이 주변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미국기업의 양자 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과 우려가 제기되면서 견제 조치는 클라우드 서비스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봤습니다.
대중 견제 기조…미 대선 '좌우'
특히 미국의 대중 정책 견제 견제 수단과 구체적인 조치는 대선 결과에 따라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당시 무역 부문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 중국경제와의 분리 조치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즉, 디커플링(공급·산업망의 특정국 배제)을 목적으로 둔 대중 견제 조치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국가 안보를 강조하며 중국 군사력을 억제하는 첨단 분야 조치와 중국산 자재 수급 등의 위험을 완화하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입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될 경우 강도 높은 자국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미국 안보를 위한 수입 제한 근거인 미국 무역법 232조와 공정무역을 하지 않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무역법 301조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4'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응력 강화 '살길'…투자 유치·경쟁력↑
따라서 국내 대응을 위해서는 안보와 관련한 첨단 분야의 대중 견제 대상 구체화와 제재 수단에 대한 확대·강화 등 지속적인 변화의 모니터링 강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 일부 분야와 소재·장비 무역 등 실물 부문에 집중된 산업공급망 측면의 경제안보 이슈에 집중된 한계가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향후 예상되는 바이오테크, 금융·투자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등에 대한 확장 대상·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안보 관련 첨단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만약 바이오테크로 견제 조치가 확장될 경우 의약품 위탁 생산과 같은 관련 업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절실할 것으로 봤습니다.
미국의 무역통제 조치에 대비해 전반적인 안보 관련 첨단산업의 재검토와 관련 국내 투자 및 리쇼어링 혹은 프렌드쇼어링을 촉진할 수 있는 지원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조재한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에 소재한 국내기업의 반도체 공장 운영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높아 미국 견제 조치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국내 리쇼어링과 정부 차원에서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미국 첨단산업 분야의 대중 견제 강화에 따라 관련 분야에 대한 국내기업 육성을 위한 유치 여건 개선을 통해 국내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위원은 "향후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가시적 성과가 없거나 우려가 완화되지 않는 경우 견제 대상과 수단이 확대되고 기존 수단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속 진화할 견제조치에 대비해 국내기업의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안보 관련 첨단기업 투자유치와 경쟁력 강화 기회를 극대화하는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