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완전한 경제 회복'의 염원과 달리 더욱 복합적인 리스크로 한국경제호의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와 내수 침체,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유가·물가·고용 불안 요인까지 대내외 충격파로 인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 우려가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더욱 복잡 미묘해지는 리스크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뉴스토마토>가 국책연구원장들의 통찰력 있는 진단과 고견을 들어보는 신년인터뷰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④탄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국내외 산업과 무역통상 분야를 서로 연계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의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올해 경제정책은 반도체 등 수출 확대를 최대한 활용한 성장 전략과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 하는 동반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만 눈앞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단기적 대응에만 몰입해서는 곤란하며 구조 전환기 대응과 적응을 위한 중장기적 시계를 가진 정책이 추진돼야 합니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경제 리스크 대응 방안으로 이같이 밝혔습니다. 주현 산업연원장은 지난해를 불확실성·불안정성이 동반된 시기로 평가했습니다. 하반기 중국의 리오프닝 등 경제 회복을 기대했으나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수출 회복도 늦어지면서 기대만큼 경제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미국 등 글로벌 금융긴축 여파가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지목했습니다. 금융긴축·세금 인하 등으로 물가 상승은 어느 정도 제어됐지만 고금리 여파는 하반기 대외부문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소비·투자 등 내수 침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입니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지난 26일 <뉴스토마토>와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구조 전환기 대응과 적응을 위한 중장기적 시계를 가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 모습. (사진=산업연구원)
2기 경제팀인 최상목호가 출발한 새해의 한국경제와 관련해서는 "어두운 터널 끝에서 희미한 빛을 바라보며 터널 밖으로 나아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대외부문에 긍정적 신호가 확인됐고 올해는 전년보다는 확대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투자 등 내수 부문의 회복시점과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것이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 방향은 수출 확대·내수 안정과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구조 전환기 대응', '중장기적 시계를 가진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주 원장은 "선진국 진입 이후 우리가 겪고 있는 구조 전환 난제들은 앞으로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의 글로벌 기술 변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 등이 우리 앞에 놓인 숙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경제 정책 방향이 민생안정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단기적 활성화 정책의 추진에 관심을 두는 한편, 중장기적 난제를 풀어가는 노력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경제를 좌우할 수출은 전년 대비 5.4%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신장세가 올해 유지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과 교역량 증가, 반도체 경기 회복, 기저효과 등이 맞물렸다고 내다봤습니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지난 26일 <뉴스토마토>와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구조 전환기 대응과 적응을 위한 중장기적 시계를 가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 모습. (사진=산업연구원)
주현 원장은 "올해 우리 경제는 2% 내외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내수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여 수출 성과에 따라 올해 경제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가장 중요한 수출 전략은 우리 산업·품목의 경쟁력을 지속 높이는 것"이라며 "기존 주요 수출대상국인 중국·미국·EU 이외 지역으로 시장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거대 인구가 존재하고 높은 경제성장률이 기대되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로서 우리나라에 인접한 매우 큰 소비시장임에는 변함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산업별 개별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올해 수출은 상승 추세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주 원장은 "수출이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중국 경기 부진에 더해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따른 대중국 수출 리스크도 존재한다. 실제로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을 2015년 10.9%였으나 2023년엔 6.2%로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수출은 IT 신산업군에서 '회복'이 예상되고, 소재·기계산업군은 '정체'를 예상했습니다.
주 원장은 "IT 신산업군은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인공지능·데이터·5G 기반의 신제품 개발, 기술 조기 상용화, 해외 생산 체계 확립으로 유망제품에 대한 수출경쟁력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기계산업군 중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내수 판매 정체가 예상되는 전기차의 보급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소재산업군 중 철강은 글로벌 저탄소 전환에 대응하고 정유는 수출 다변화 및 판로 강화, 석유화학은 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는 게 주요 현안"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