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④)"에너지 변동성 심화…재자원화·광물루트 확대 필수"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④탄-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에너지 시장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 심화 분석
에너지안보·탄소중립 구체적 수단 고민 필요성
공급망 위기에 취약한 수급 구조 개선 목소리도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재자원화산업 육성"

입력 : 2024-02-19 오전 6:00:00
 
새해 '완전한 경제 회복'의 염원과 달리 더욱 복합적인 리스크로 한국경제호의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와 내수 침체,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유가·물가·고용 불안 요인까지 대내외 충격파로 인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 우려가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더욱 복잡 미묘해지는 리스크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뉴스토마토>가 국책연구원장들의 통찰력 있는 진단과 고견을 들어보는 신년인터뷰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④탄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네 번째 마지막 순서로 정부의 주요 에너지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의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대내외적인 에너지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가속화하면서 청정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 요구도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 에너지안보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동시에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향후 에너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습니다. 김현제 연구원장은 에너지 시장의 핵심 이슈를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으로 꼽았습니다.
 
미국·중국 무역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에너지안보에 대한 가치가 중시되고 있는 양상으로 분석했습니다.
 
김현제 원장은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와 통상 의제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국가 차원을 넘어 민간 부문에서도 청정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자 하는 이니셔티브가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언급했습니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향후 에너지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안보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모습.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김 원장은 "에너지안보·탄소중립 둘 중 하나도 포기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표 자체만 중시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달성 수단을 고민해야 하고, 현실성 있는 실현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 전기로의 소비 대체가 이뤄지면서 최종에너지 소비의 전기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우리나라는 전력수요를 청정전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기술중립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청정에너지 기술이 활용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특성으로 인해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가 요구되고 있으며, 송전망 확충 주민 수용성 등 다양한 선결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따라서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무변동성 청정에너지 활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22년 수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2040년 핵심광물 수요는 2021년 대비 4배에서 19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긴 하나 향후 핵심광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더욱이 핵심광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위기에 취약한 수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습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으로 핵심광물·자원 공급망의 다변화를 당부했습니다.
 
김현제 원장은 "안정적인 핵심광물·자원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국가와 광물 투자·탐사 협력을 추진해 핵심광물·자원의 수입 루트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 자원수요 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내 기업과 광물 탐사 경험이 부족한 신흥국의 현지 기업이 공조해 자원을 탐사하는 방안도 있다"며 "국내 공급망 구조를 고려해 핵심광물·자원의 안정적인 수급방안과 비축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향후 에너지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안보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모습.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국내 재자원화산업에 대한 육성도 강조했습니다. 
 
김현제 원장은 "전기차, 이차전지사업의 경우 소재·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 반드시 재자원화가 필요하다"며 "이차전지의 재자원화를 통해 중국의존도를 낮춰 미 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직접 채굴보다 고농도의 원료를 얻을 수 있어 정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장은 "향후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른 폐배터리 발생량 급증으로 재자원화 산업의 성장률은 가속화할 것"이라며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에 대한 지원 정책을 통해 국내 재자원화의 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선제적으로 폐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근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급망 3법이 완성됐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수입선 대변화, 국내 생산시설 확충, 핵심자원 비축 등과 같은 주요 정책수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급망 위험을 점검해 사전에 예방하고,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경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추진 체계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프로필
△부산대 경제학 석사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교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연구기획본부장, 전력정책연구실장 등 역임 △사단법인 울산에너지포럼 이사 △국회기후변화포럼 부설 기후변화정책연구소 고문 △APERC(Asia Pacific Energy Research Centre) 자문위원 △14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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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