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평촌신도시는 1기 신도시 중에서도 부동산 가치 평가가 엇갈리는 지역입니다. 같은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보다 기업체 유치 등이 부족해 자족성이 떨어지고, 거주민 노후화로 정비사업 수요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실거주 만족도가 높아 재건축 추진이 어렵다고 평가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부가 올 초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한 이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평촌, 학원가 인접 단지 중심 '통합재건축' 시동
16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평촌의 준공 30년 이상 단지 비중은 76%로 1기 신도시 중 가장 높습니다. 때문에 특별법 발표 이전에는 재건축보다는 속도에 장점이 있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학원가 인접 구축 단지 중심으로 통합재건축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상황이 바뀐 모습입니다.
평촌신도시 꿈마을 건영아파트. (사진=다음 부동산)
지난달 3일에는 귀인동 꿈마을 4개 단지(우성·동아·건영3단지·건영5단지)가 통합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를 출범했습니다. 위원회는 현재 1370여 가구 규모의 단지를 재건축을 통해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로 변모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평촌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전체 54개 단지 중 40개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기존 리모델링 조합이 결성된 단지나 단독 단지들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평촌의 경우 서울 노원구 중계동이나 성남 분당구 수내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 높은 학원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육열도 높고 인근 학군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원가와 인접한 구축 단지들은 재건축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호계동 인근 A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평촌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호계동 목련선경1단지(준공 33년차) 같은 경우 용적률 200% 이하 단지로 특별법 적용을 받지 않아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라며 "학원가도 가깝고 범계역 역세권이라는 장점도 있어 주민들의 재건축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학원가 인접단지가 비학원가 주변 신축 단지와 비슷한 가격에 형성된 것도 특징입니다.
꿈마을단지 인근 B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학원가 500m 이내에 위치한 귀인마을현대홈타운(2002년 준공)은 전용면적 80㎡가 지난해 12월 10억500만원에 거래됐었다"며 "반면 학원가와 약 2km 정도 거리가 있는 평촌트리지아1차(오는 8월 입주 예정)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현재 1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후도시특별법, 리모델링→재건축 선회 요구 증가
한편 평촌에는 재건축보다 사업속도에 장점이 있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도 적지 않습니다. 평촌에서는 지난 2021년 평촌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가 발기인 대회를 열며 리모델링 사업의 본격 포문을 열었습니다. 총 25개 단지가 안양시의 지원을 받아 해당 연합회를 구성했으며, 10개 단지는 조합을 설립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특별법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을 더 쏟고 상대적으로 리모델링은 홀대했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평촌 내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 중에는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목련선경2단지 리모델링 조감도. (사진=안양시)
목련선경2단지의 경우 지난 2022년 12월 평촌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허가 행위를 받아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특별법 발표 이후 사업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실제 리모델링 사업비도 재건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며 재건축 사업을 지지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특별법에 리모델링 사업 주체들이 요구한 수직증축, 내력벽철거 요구 등이 빠져있는 것도 재건축 선회 여론이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모델링 사업이 가진 '속도'의 장점 때문입니다.
평촌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단지는 주택법 개정 등을 통해 행정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촌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안양시)
평촌신도시의 재정비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사업방식을 놓고 향후 진통이 예상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 정책기조가 정비사업 활성화에 맞춰져 있는데, 실제 소요되는 공사비와 사업이후 결과물 등을 감안하면 리모델링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재건축 연한을 채운 아파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은 어느 정도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