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수개월마다 충돌이 반복되면서 주요 사업에 대한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지난 22일 열린 시의회 시정질문에 조 교육감의 이석 허용 여부를 두고 빚어졌습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이석 요청이 거절당하자 ‘나는 왜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석할 수 없었나’ 입장문을 내놓았습니다.
이날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시의회보다 먼저 잡혀 있었고, 일정의 중요성을 감안해 김 의장에게 이석요청서를 두 차례나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조 교육감은 “서울교육행정의 발목을 잡는 폭거에 가까운 행위“라며 “국회의장과 같이 시도 의회 의장도 재직하는 동안 당적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6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11대 서울시의회 개원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 일정있어 이석 요청" vs "KTX 타면 참석 가능"
그러자 김 의장도 ‘교육감 출석은 당연 이것이 폭거라면 천번만번 폭거’ 반박문을 냈습니다.
KTX를 타면 두 일정 모두 참석 가능한 상황에서 교육감의 비합리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요구를 거절했다는 취지입니다.
김 의장은 “시정질문 출석과 시도교육감 회의 일자가 겹쳤다면, 어느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둘 다 참석 가능한 최대한 공약수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고위공직자 자세”라며 ”부당하고 부적절한 교육감 입장문 발표와 관련해 시민과 의회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23일에도 시의회는 교육청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교육감을 대신해 국제 바칼로레아 협약식에 참석한 교육청 간부에 대해 의회엔 병원진료 공문을 보내 불참했다며, 허위공무서 작성 혐의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종배 시의원은 “조 교육감은 사회 공정을 무너뜨린 채용 비리로 상실형을 선고받아 교육자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사퇴 촉구 결의안까지 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교육청도 “시의회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에게 양해를 구했으며, 이날 시정질의에서 교육감 관련 질의가 빠진 것은 그 결과”라며 시의회를 무시하거나 경시해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6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11대 서울시의회 개원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례, 예산마다 충돌, 갈등의 골 깊어
서울시장이나 서울시교육감, 주요 간부 등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 출석이 기본입니다. 다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경우 불출석 혹은 대리출석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이번 사안을 두고서 특정 행위의 잘잘못보다는 시의회와 교육청을 대표하는 두 기관장 사이의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어서 발생한 일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의장과 조 교육감은 각종 조례와 예산 등을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엔 김 의장이 기초학력 조례를 직권 공포하자 조 교육감이 대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습니다.
6월엔 김 의장이 조 교육감의 시정연설 내용을 문제삼아 수정요구하자 ‘사전검열’이라고 반발하기도 했으며, 7월엔 “시의회에서 통과한 조례에 대해 습관적으로 재의를 요구한다”며 김 의장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도 김 의장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하자 조 교육감은 1인 시위로 맞섰고, 연말엔 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에서 5688억원이나 삭감당하며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통과됐습니다.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2년 임기인 시의회 의장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그 전에 교육청도 추경이라는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등 주요 현안은 물론 조 교육감의 공약사업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양 기관장 사이가 나쁜 게 아니라 함께 오찬도 하면서 소통을 하려고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라며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