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디스카운트를 상속세와 결부짓는 시선이 있습니다. 대통령도 직접 언급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상속세를 제거한다고 디스카운트가 해소될지는 의문입니다. 문제 본질을 생각하면 회의적입니다.
상속세 문제는 세금을 덜 내고자 주가를 하방조작한다는 의심입니다. 흔히 상속세 문제가 있는 회사에 주식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이 이 문제로 가장 많이 하소연합니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상속세 부담도 줄기 때문에 이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하고자 상속세를 폐지한다면 정부가 나서 그런 의심을 사실로 인정하는 꼴입니다. 한마디로 주가조작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그런 잘못된 명분에 대해 사회가 납득할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어렵습니다.
과거 정부는 부정축재를 자진신고할 경우 사법문제를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어쩔 수 없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상속세를 제거해 준다고 칩시다. 그러면 적어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결됐으니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기업의 주가가 오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상속세를 없앴는데 주가도 부진하면 더욱 난감해집니다. 그 때 가서 상속세를 다시 걷기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상속세를 없애도 근원 문제는 남습니다. 상속세 이슈는 단편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상장사의 의사결정이 대주주의 이권에만 치중하다 분식회계 등을 저질러 부정사실이 적발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전례들 때문에 부정을 낳았던 지배구조 후진성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의심도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인투자자도 국내 주식투자를 꺼립니다.
흔히 거수기 이사회, 계열사의 경영과 인사에 관한 비독립적 의사결정구조 등이 후진적입니다. 재벌 총수집단뿐만 아니라 소유분산기업에서조차 수장이 바뀌면 계열사 인사도 물갈이 되니 두말할 게 없죠. 보이는 게 그러한데 말로만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투명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주장한다고 투자자가 믿어줄리 만무합니다.
상속세를 없애도 이런 구조적 문제가 남게 됩니다. 근원 문제가 그대로면 상속세 외에도 개인 재산증식이나 지배력 강화 등 대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주주권리가 침해받을 것에 대한 불안감도 지우지 못합니다.
결국 디스카운트 의심은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 이사회 의사결정구조에서 비롯됩니다. 문제는 전혀 새롭지 않고 해법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암을 떼지 않고 증상만 개선해봤자 얼마 못 가 문제는 다시 터집니다.
정부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기업 스스로 자발적 개선 방안을 수립, 공표, 이행하고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권고해 부합하는 기업에겐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과거 정부는 배당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했다가 기업 사회환원이 배당쏠림으로 번지자 폐기했습니다. 밸류업도 그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개별 기업마다 디스카운트 문제와 해결방안은 다양할 텐데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가이드라인에는 강제성이 결여돼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실효적일지 확정된 내용을 봐야겠지만 걱정부터 앞섭니다. 문제가 개선됐다고 자평하는 기업 말에 의거해 세제혜택을 준다면 또다른 부자감세 논란을 키울 것입니다.
이재영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