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밸류업'이라는 이름으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보험사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 데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만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인데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영향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고민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전무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미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부터 주주배당을 실시하거나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수년 만에 배당을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배당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보험사들은 배당 우상향 정책을 꾸준히 강조한 곳이거나, 회계 기준과 법령 개정에 따른 리스크를 지켜보기 위해 멈췄던 배당을 재개한 수준입니다.
자사주 매입이나 정책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제시한 곳은 전무한데요. 손해보험·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그룹 계열 보험사들은 일제히 배당금액을 올렸습니다.
삼성화재는 최근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1만600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배당총액 또한 역대 최대인 6802억원입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세전이익 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밸류업 발표 이전부터 실적 개선을 전제로 배당액을 우상향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밸류업 발표 이후 삼성화재의 주주환원정책은 단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습는데요. 현금배당은 이미 우상향을 약속했고, 자사주·소각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삼성화재 측은 "포괄적으로 다양하게 검토를 하고 있으며, 주주환원을 밸류업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기보다는 기존 방향대로 우상향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생명의 경우 은 주당 배당금을 3000원에서 3700원으로 올렸습니다. 배당총액은 5387억원에서 6644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최근 배당을 재개한 보험사들도 있습니다.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이익 지속성이 불투명하고, 관련 상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을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배당을 멈춘 바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3년 만에 주주배당을 재개하며 1주당 15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배당총액은 1127억원입니다. 한화생명은 "새 회계기준인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 및 소급 재결산에도 견고한 이익 체력을 견지했다"며 지난 2년 동안 멈췄던 주주배당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5.5% 급증한 동양생명은 2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는데요. 보통주 1주당 400원, 배당총액은 624억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동양생명은 "그동안 꾸준히 배당을 해왔지만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세법상 배당금액 가능성이 산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삼성그룹 계열 보험사들은 최근 배당금액을 일제히 올렸다. 사진은 삼성화재·삼성생명 사옥. (사진=각 사)
보험업계 "가이드라인 기다릴 것"
보험업계는 밸류업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주주환원 방식을 고민했던 주요 보험사들도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배당 여부와 방안을 더 고민할 분위기입니다.
A보험사 관계자는 "밸류업은 전반적으로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늘리려고 하는 경제 전반적 정책"이라며 "주주환원은 기업 가체 제고의 하나일 뿐,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은 다양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한국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보면 상장기업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공시에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소통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B보험사 관계자는 "밸류업이 발표된다고 했을 때 기업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주환원 기준이 밸류업에 좌우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강제가 아닌 인센티브인 것은 기업의 선택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밸류업 발표가 있다고 해서 자사주 매입·소각, 현금배당 확대를 갑자기 이벤트성으로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며 "회사가 가진 기존의 방향성들을 많이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의 정책이 엇갈리는 지침에 혼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 전에 금감원은 보험사에 새 회계제도가 완전히 안착하지 않은 만큼 과도한 배당은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는데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추가 지침을 지켜본 뒤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한화생명은 최근 3년 만에 주주배당을 재개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사옥.(사진=한화생명)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