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가 다음달 1일부로 취임 2주년을 맞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신차가 없는 상황에서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한데요. 올해는 하이브리드 신차를 내놓으며 반등의 신호탄을 쏩니다. 르노코리아가 개발 전 과정을 맡은 만큼 드블레즈 대표는 르노그룹 의존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춰야하는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중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로라1' 신차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오는 6월 열리는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부산모터쇼에서의 공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오로라1은 QM6 후속 모델이 아닌 자체 개발한 모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신차는 2020년 XM3 출시 이후 4년만인데요. 르노그룹의 신차 출시 전략인 오로라 프로젝트는 '어두운 시기였던 과거를 지나 새로운 빛을 비춘다'는 의미를 담았는데요.
르노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르노그룹 주요 임원들의 관심도 상당합니다. 특히 지난달 르노 브랜드 CEO인 파블리스 캄볼리브가 방한해 오로라 프로젝트를 점검하며 "르노는 올해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은 물론 르노의 글로벌 시장 전략에도 중요한 차량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건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2만2048대로 전년 대비 58.1% 줄었습니다.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는 신차 부재가 꼽힙니다. 르노코리아가 현재 국내에서 생산·판매 중인 모델은 SM6, XM3, QM6 등 단 3종뿐입니다. 특히 SM6와 QM6는 2016년 출시됐지만 여전히 부분변경 모델만 나올 뿐입니다.
지난해 수출 역시 29.7% 감소한 8만2228대에 그쳤습니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생산 계약이 2019년 만료된 점이 뼈아팠습니다. 지난해 총 판매량 10만4276대는 2004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드블레즈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시장에서 연 15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훌륭한 차만 선보인다면 수출도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르노 오로라 프로젝트.(사진=르노코리아)
오로라1의 성공 여부는 판매량 확대 이외에도 르노코리아의 독자생존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현재 르노코리아는 XM3 이후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받은 생산 물량이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오로라1이 주력 모델로 자리 잡을 경우 르노그룹 물량 배정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개발,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게 됩니다.
드블레즈 대표는 전기차 생산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르노코리아는 2026년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부산공장에 연간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사인 르노의 부산공장 투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배터리의 국내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납품해줄 배터리 공장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이나 중국 배터리업체들과 손잡고 현지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 이유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를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습니다. 르노가 부산공장에 투자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배터리를 공급 받아야 부산공장의 의미가 있는데 3사 국내 공급 물량이 굉장히 적다"며 "중국 CATL 배터리를 쓰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아는데 결국 배터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 받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공 모델인 QM3처럼 르노그룹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모델 1개~2개를 들여와야 한다"며 "동시에 노사 안정화와 부산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