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준공 후 미분양'…지방건설사 줄도산 위기

아파트 미분양 물량, 10개월만 증가세
악성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 추세
미분양 증가에 중소건설사 자금난 '가중'
업계, 본PF 개방 등 적극적 지원책 요구

입력 : 2024-03-05 오후 4:04:39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10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작년 2월 이후 한동안 감소하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12월부터 위험 수위로 판단되는 6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자잿값 인상에 미분양 공포까지 겹치면서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지방 건설사들이 향후 더 힘겨운 시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23년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 추이 (그래프=뉴스토마토)
 
5일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2000여 가구로, 1년 전 보다 약 4000가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2월 7만5438가구로 연중 최대를 기록한 뒤 11월까지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12월에는 주택 경기 침체, 자잿값 인상 등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오르면서 청약자들이 자금 부담으로 계약을 대거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한 것입니다. 
 
미분양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로 1만124가구가 쌓여있습니다. 대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월 연속 미분양이 감소했지만 워낙 많은 물량이 쌓여있던 탓에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미분양이 많은 지역으로 남았는데요. 이어 경북이 9299가구로 대구의 뒤를 이었고 경기(6069가구), 충남(5436가구), 강원(3996가구), 경남(3727가구) 등에도 많은 물량이 남아 있습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 추세입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작년 6월 9399가구에서 7월 9041가구로 줄어든 이후 매달 누적됐습니다. 작년 1월 7546가구에서 2월 8000가구를 넘긴 후, 6월에는 9000가구, 10월에는 1만가구를 넘긴데 이어 지난 1월에는 1만1363가구로 1만1000가구를 넘어섰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판매되지 않으면, 주택 사업자 입장에서는 차입한 자금을 금융기관에 반환하기 매우 어려워진다"며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고 이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도 스트레스 DSR의 단계적 도입 등으로 시중은행 주담대 한도가 최대 4% 가량 줄어든 만큼 미분양 물량 소진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미분양 물량들은 주택시장이 가장 좋았을때 추진된 것"이라며 "때문에 갑작스럽게 주택시장이 나빠지면 지금 같은 미분양 상황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은 이어 "사업성이 불충분하거나 지역수요가 충분치 못하거나 해당 지역에 공급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발생은 점점 더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들어 폐업 건설사 685곳…벼랑 끝 내몰려
 
이처럼 주택경기 관련 지표가 전반적인 부진을 겪다 보니 지방 거점 건설사들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건설사는 종합건설사 79곳, 전문건설사 606곳 등 685곳입니다. 
 
특히 지방 건설사는 이미 지어놓고 분양이 안된 악성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갈수록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데요. 올해 들어 부도난 전문건설사 5곳도 광주와 울산, 경북, 경남, 제주 등 모두 지방 건설사입니다.
 
정부는 최근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아파트를 제외한 소형 신축 주택과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 '중과세' 감면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입장입니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대책은 지방의 악성 미분양 구매를 1주택자나 다주택자에게 유도하는 수준"이라며 "중과세 정도 혜택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본 PF를 열어주는 등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현장에서는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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