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 배경으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꼽히는 가운데 조세 감면분도 컸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들 다수는 지난해 세액 공제 및 감면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엔 대기업에 한정된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감세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는 ‘부자감세’ 논란과 직결됩니다.
6일 기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비금융 코스피 상장사 17개(세액공제 구분표시 않거나 전년 비교불가 제외)를 <뉴스토마토>가 전수 분석한 결과, 이들의 2023년 법인세 세액 공제 및 감면액(연결기준)은 7조2114억원으로, 전년 5조5830억원 대비 29.2% 늘었습니다.
작년 세수 결손은 사상 최대치인 56조4000억원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법인세는 무려 23조2000억원(-22.4%) 덜 걷혔습니다. 정부는 세수 결손을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탓으로만 돌렸으나, 17개사 감면분만 7조원이 훌쩍 넘는 등 감세 영향도 컸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 감소는 반도체 적자 등 실적 감소 원인이 크다"면서 "첨단산업 분야에 한시적으로 지원되는 조세 감면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감세액은 매출에 비례하는 만큼 삼성전자 비중이 컸습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5조1855억원에서 작년 6조7068억원으로 29.3% 늘었습니다. 전체 추이를 보면, 17개 상장사 중 3곳만 빼고 모두 감면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17개사에는 삼성, LG 계열과 전자부품, 화학, 건설, 식품제조회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들의 감면액 증가율 평균은 112.4%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정부는 법인세를 22%까지 낮추려다 부자감세 여론에 부딪혀 1%포인트 낮춘 24%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각종 산업 조세 감면혜택이 더해지며 유효세율은 더 떨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삼성SDI의 경우 평균 유효세율이 2022년 23.1%에서 지난해 16.9%가 됐습니다. LG이노텍도 같은 기간 25.4%에서 22.2%까지 세 부담이 줄었습니다.
정부는 법인세는 물론 2022년 세제 개편을 통해 해외 자회사 배당 감세(익금불산입), 수출목적 내부거래 감세, 친족범위 축소 등도 단행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규모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등에도 감세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례로 동일인의 친족범위를 줄이면 특수관계인이 축소돼 과세범위가 줄게 됩니다.
이와 관련,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 대기업은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보다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수출 중심의 경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의 조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