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김소희·백승은 기자] # 인천 부평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35)씨는 닭가슴살로 식단관리를 했지만, 1년 전부터 끊었습니다. 기존에 2000원 정도 하던 게 5000원까지 오르면서 물가 부담이 컸기 때문입니다.
#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주부 B(57)씨는 재래시장 가는 횟수를 줄였습니다. 보름에 한 번에서 두 달에 한 번꼴로 가고 있습니다. 특히 난방비까지 치솟자, B씨는 "필수경비 외 생활비는 대폭 줄였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가 2%대 물가를 공언했지만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관리가 정부 예상대로 따라주지 않는데다, 물가 상방 압력 등 2%대 물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도 농산물 할인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밖에 없고, 할인 행사 끝의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억누르고 있는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오름세 등 물가 압력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7% 뛰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7% 뛰었습니다. 생활물가지수는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체감물가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10월 4.5%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까지 3.4%로 상승 폭이 둔화됐으나 넉 달 만에 다시 상승 폭이 확대된 겁니다.
특히 이번 소비자물가 3%대를 끌어올린 건 '농산물'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농축수산물 물가에 230억원을 투입하는 등 '가격 낮추기'에 고삐를 죈다는 전략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의 수급상황실을 아예 '비상'이란 말을 붙여 '비상 수급 안정대책반'으로 즉시 개편 가동키로 했습니다. 안정대책반은 매일 점검 회의가 원칙입니다.
점검은 농축산물 수급 동향 및 가공식품 물가 상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봅니다. 더불어 국내 공급이 부족한 과일과 채소는 할당관세 등을 활용해 해외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과일과 채소 등에 대한 할인 지원 예산도 230억원까지 대폭 늘렸습니다. 지원 품목도 확대합니다. 전·평년 대비 30% 이상 가격이 뛴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할인율을 최대 40% 적용합니다. 다음 달 내에 사과 등 13개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에도 204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소비자가 셀프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 불안에 공공요금 등 상방압력 '복병'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기 등 공공요금은 상방압력 요인이 있기 때문에 상반기 내 충분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고 했지만, 이게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상 요인이 있을 때 바로 반영을 해야 당시 충격이 시장에 반영된다. 요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쪼개서 시장에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코어 인플레이션은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물가지수다"며 "에너지 가격 등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생각해 제외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 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오르고, 세계 시장에서 금리도 인하하지 않고 있는 등 여러 상황을 볼 때 (기업 입장에서) 제품 가격을 대폭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전반적으로 세계 전쟁도 끝나지 않는 등 심리적 부분도 있어 한국 물가도 상반기까지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일의 경우 계절적 요인도 겹쳐 소비자 입장에서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물가 하락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재계의 적극적인 물가안정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국제곡물가격이 하락해도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룟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료가격 하락 땐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7% 뛰었다. 사진은 고지서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김소희·백승은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