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만화·웹툰 생태계가 커다란 변곡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산업이 커지면서 작가들의 생존 경쟁 압박도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AI 활용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는 만큼 웹툰업체에서는 AI 웹툰이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중소업체들의 기술 도입은 '언감생심'이란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AI 기술 투자를 확대해 온 빅테크 기업들의 웹툰 플랫폼 독식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어 머신이라는 미국 스타트업은 최근 장문의 스토리를 입력할 경우 이에 맞춰 다양한 스타일의 이미지나 사운드, 애니메이션을 생성해 웹툰이나 그래픽노블을 만들어 주는 AI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단편 소설이나 대본 등 최대 3만 단어를 입력하면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생성해 웹툰 등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이 웹툰회사에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닌 것으로 읽히는데요. 웹툰업계 관계자는 "웹툰기업은 작가 몇 명만 있으면 돼 소규모로 창업하기 좋은 회사였다"면서도 "소규모 업체에서는 비용 문제로 AI 기술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웹툰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체는 총 314개소로 확인됐습니다. 세부적으로 플랫폼 34개소, 콘텐츠제공업체(CP사) 280개소입니다. 조사에 응답한 업체의 평균 종사자 수는 46.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웹툰 사업체들의 인공지능 도구 도입 의향을 살펴보면, '아직 생각해보지 않음'이 49.7%를 차지했지만, '향후 도입 의향이 있음'은 29.1%, '향후 도입 의향이 매우 있음'은 12.1%로 나타났습니다. 도입 의향이 사실상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매출 및 수익성이 좋은 장르를 묻는 질문에는 55.2%가 '로맨스판타지'라고 답했는데요. 이에 대해 웹툰업계 관계자는 "이마저도 이미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에서 독식하는 구조"라며 "중소업체들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생활툰이나 병맛툰, 일진물, 오컬트, 다크판타지로 장르를 다각화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만화는 자극이 강한 매체입니다. 무엇보다 웹툰은 장르 특성상 상대적으로 짧고 자극적인 경우 많은데요. 이른바 '스낵컬처'를 좋아하는 현대인의 특징과도 잘 어우러집니다. 패턴이 단순해 AI에 입력만 하면 인간이 더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쉬운 구조입니다. AI 기술 발전이 미칠 영향이 클 분야로 웹툰이 꼽히는 이유입니다.
이로 인해
카카오(035720)가 웹소설과 웹툰 등 웹콘텐츠 플랫폼인 포도트리를 인수해 카카오페이지로 탄생시켰듯 공룡 플랫폼 네이버(
NAVER(035420))와 카카오의 중소 웹툰업체 인수가 가속화되며 독식하는 구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빅테크는 그동안 생성형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정하며 꾸준히 기술 투자를 해 왔습니다.
김길태 대진대 미술만화게임학부 초빙교수는 "기존에도 이미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에서 스튜디오를 하도급으로 두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흐름이 가속화된다면 결국 중소 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성인물 쪽으로 포커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