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까지 엄습…원화값 하락에 기업 숨통 막힌다

과거 원화 가치 하락 땐 가격경쟁 '영업익↑'
기술경쟁 대기업은 수입비용 상승에 '타격'
"환율 변동 따른 맞춤형 정책 지원 필요"

입력 : 2024-03-11 오후 4:30:00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변동성이 예고되면서 원화 가치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으로 수출 성과를 봤지만 수입비용 상승을 맞으면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환율에 따른 희비가 큰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해 산업 특성·대규모 기업집단 소속여부 등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11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2006년~2021년 한국 제조 기업의 수출입 의존도 고려) 하면 영업이익률은 평균 0.46%포인트, 노동생산성은 0.8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원화 가치↓…과거 가격경쟁 땐 '긍정적'
 
이는 수출제품의 가격 하락, 가격경쟁력 개선 등으로 매출효과(영업이익률 0.62%포인트, 노동생산성 1.67%포인트 상승)가 수입 중간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효과(영업이익률 0.16%포인트, 노동생산성 0.86%포인트 하락)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수입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수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11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하면 영업이익률은 평균 0.46%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제조업 기업의 실질실효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비용)효과를 보면 수출(수입)의존도가 높을수록 더 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수출의존도는 기업의 매출액에서 직접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합니다. 
 
2021년 기준 개별 기업 수출입 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함에 따라 제조업 기업 중 약 73%의 기업은 영업이익률(노동생산성)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의 수출기업을 고려할 경우 환율이 10% 상승하면 영업이익률은 1.21%포인트, 노동생산성은 2.84%포인트 개선됐습니다.
 
제조업 내 산업군을 기계장비, 소재부품, 정보통신기술(ICT)로 재분류해 환율변동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소재부품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0.42%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반면, ICT 산업군은 0.1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11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하면 영업이익률은 평균 0.46%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입비용만 늘어…기술경쟁 기업 '타격'
 
이에 반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대규모기업집단 소속기업인 즉,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제조업 중 대기업 비중이 4.5% 수준입니다. 그러나 대기업인 제조업의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55.7%를 차지합니다. 종사자 수 비중도 37.9%에 달합니다. 제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종사자 3분의 1 이상도 대기업 소속인 셈입니다. 
 
또 대기업의 영업이익률, 노동생산성 증감률, 수출입 의존도 등의 수준은 일반기업에 비해 높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실질실효환율 하락에 대한 매출효과가 유의미하지 않게 보이지만 수입비용 상승에 따른 비용효과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유의미하게 악화시킨다는 게 산업연 측의 설명입니다.
 
분석을 보면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하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수출전략이 점차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때문에 원화의 가치가 하락 때에는 수출가격 하락을 통한 매출 증대와 같은 매출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국내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크지만, 국제요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비용경로를 통한 영향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대기업 노동생산성의 경우는 영업이익률과 대조적으로 환율 변동의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1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하면 영업이익률은 평균 0.46%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대전 생산자동화 설비 모습. (사진=뉴시스)
 
"환율 변동에 따라 산업별 정책 대비 필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 기업의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여부 등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제조업 내 기업의 영업이익률과 노동생산성 등과 같은 기업의 성과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질실효환율의 하락은 기업의 중간재 수입 비용 상승 등을 통해 영업이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분석 결과 제조업 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군을 제외하면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환율과 관련된 원자재, 중간재 등 수입 비용 상승에 대한 정책적 대응 시 ICT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노동생산성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낮은 기계장비산업군에서 비용효과가 가장 작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했을 때 수입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대한 모니터링도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김태훈 산업연 연구위원은 "환율이 매출경로를 통해 대기업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더 이상 고환율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 등의 전략이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화 가치 하락 시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의 영향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환율의 급격한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정책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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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