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조선과 철강업계가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시작했지만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철강사는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인하한 만큼 양보가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조선사는 중국산 후판 대비 국내산 후판 가격이 높다며 주장하는 등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과 후판 가격 협상을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두 차례 진행합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와 차량 등에 사용됩니다. 가격은 선박 제조 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해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의 수익성이 낮아집니다. 작년 후판 가격은 상반기 톤(t)당 100만원 수준에서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로 인하됐습니다.
철강사들은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오른데다 전기료 인상으로 추가된 원가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철광석은 제품 생산원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8일 t당 116.6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철광석 가격은 작년 5월24일 97.35달러를 하점으로 우상향해 지난 1월3일 143.95달러를 고점으로 찍고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다만 철강업계는 작년 원자재 가격이 올랐던 만큼 부진한 실적 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7.2%, 50.1% 하락했습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철강업계는 올해 후판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원자재 가격은 2분기 대비 철광석이 27%, 원료탄은 51%까지 상승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게 수익 악화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제철 역시 실작발표 컨콜에서 "지난해 철광석, 원료탄 가격 인상으로 원가 압박이 있었다"며 "조선업계와 원자재 상승분 외 가공비 상승분도 제품가에 반영해 합리적인 가격 수준으로 합의해 안정적인 수익을 받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국내 후판 가격이 수입산 대비 높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산 후판의 평균 수입 가격은 t당 90만원 수준으로 작년 하반기 협상했던 국내 후판 가격 90만원 중반대보다 낮습니다. 또 조선업계 특성상 선박을 수주하면 바로 건조하지 않고 1~2년 뒤에 선박 제조를 시작합니다. 따라서 건조계약한 시점보다 뒤에 후판 값이 오르면 건조 시 원가가 더 반영됩니다. 그러니까 계약한 금액 대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올 상반기 후판값 협상도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하지만 양 업계가 오래 맺어온 상생 협력관계를 통해 타협을 우선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양 업계 간 입장 차이가 커서 올해 상반기 협상도 빠르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 한쪽으로 유리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격이 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대제철이 제작한 후판 제품. (사진=현대제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