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에 반발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계속되는 의정 대치 속에서 앞으로 이어질 소송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대 증원 적법성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공방도 뜨겁습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가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진행합니다. 교수협은 지난 5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습니다.
교수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2000명 증원’은 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34조의5에 따르면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입학연도의 1년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기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수협 측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1일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 “2025학년도 대입모집 정원은 이미 2023년 4월에 발표됐다”며 “정부의 이번 의대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은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해 당연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 증원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 변호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도 “복지부는 의료법을 집행할 권한은 있지만 고등교육법상 대입 증원 결정을 할 권한이 없고, 복지부 장관의 당연무효인 결정을 통보받아 교육부 장관이 행한 후속조치들 역시 당연무효”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 절차는 관련 법률에 근거한 합법적 절차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먼저 의대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복지부가 아닌 교육부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의대 증원은 복지부 장관의 보건의료정책상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보건의료인력 등을 개발·확보하기 위해 종합적인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한 보건의료기본법 제24조에 따른 결정이라는 겁니다. 또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3·4항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의대별 정원 규모를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행정 처분성·당사자 적격성 ‘쟁점’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이날 교수협에 이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이들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도 의대 증원과 관련한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낼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행정소송 요건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옵니다. 행정소송의 ‘처분성’과 소송 당사자 ‘적격성’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행정소송 요건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은 행정처분이 아닌 의료정책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행정소송에서 의대 교수들이 소송 당사자로서 적격성을 인정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