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의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빅5 병원'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을 일컫는 '빅5 병원'은 의료비만 2조1800억원(2022년 기준)에 달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급병원입니다.
울산대 의대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잇따라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습니다. 남은 '빅5 병원'에 속하는 의대 교수들과의 연대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대란이 '빅5'로 본격 확산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돼 향후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에 촉각이 모아집니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 예고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생들 유급 사태가 시작되면 대한민국 의료에 대혼란이 온다"면서 "정부도 2000명으로 증원 인원을 정해둬서는 안 되며 의협도 전면 재검토를 철회하고 대화 협의체에서 논의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을 1년간 유예하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증원 숫자를 결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이 없다"고 밝혔고, 의협 역시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증원에 대해 정부가 18일까지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대해 '2000명 증원'을 재고하라는 표시를 거듭 냈지만, 정부는 의대증원 규모를 줄일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은 제자리 상태입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 증원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등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이 속한 연세대의대 교수들은 비대위를 출범시켰고, 서울삼성병원의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향후 방향을 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성모병원의 가톨릭의대 교수들도 이번 주 집단행동 여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전공의들과 의대생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의 상황을 잠자코 볼 수만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응급환자와 중환자는 의료진들이 진료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빅5'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논의를 시작으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으로 사태는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서 '의료 정상화' 요구
전국 의대 가운데 14개 대학에서 교수협 비대위가 설치됐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주대 의대교수들은 의대 증원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환자 안전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기에 가까운 시일 내 외래 진료 축소,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수술 축소, 기존 환자 외래 연기 및 입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심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의료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보건의료노조와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강조하며 지난 11일부터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4200여명이 서명했습니다.
이들은 "의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의사는 국민의 의사여야 하기에 의사들은 죽음으로 내몰리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진료거부를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생명을 살리기 위해 장기화하고 있는 진료 거부 사태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대로 놔두면 의료대란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면서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해법 마련을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