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제철 노조와 사측이 파업을 피하고자 서로 한발짝 물러난 모습입니다. 실제 파업 진행될 경우 노조는 임금 손실과 여론악화, 사측은 생산 차질로 인한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파업이 유보된 이후 임금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파업을 계획했지만, 갑작스럽게 파업을 유보했습니다.
노조는 파업을 유보한 이유에 대해 '투쟁기금조성'을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총파업을 유보하고 투쟁기금(30~60만원) 거출을 통한 투쟁 전술 변경이라는 명목에서 입니다.
노조는 "조합원의 손해를 최소화하며,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투쟁 전술을 변경해야 할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파업이 조합원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파업에 따른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과 노조에 대한 여론 악화 등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노조는 타결 시기보다는 내용을 중시해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현대제철 경북 포항공장에서 시간외수당 OT(오버타임) 교섭결렬로 노조원들이 공장장실 점거를 위해 공장 본관 유리문을 깨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측도 우선 한시름 놓게 됐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아직도 지난해 임금협상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2022년 영업이익의 25%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측은 3차 제시안으로 △기본급 10만3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330만원 등을 내놨지만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기존 제시안보다 기본급 인상액과 일시금을 높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노조는 "평가할 가치도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올해 실적 전망도 어려운 만큼,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 전망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2% 감소한 6조2473억원의 매출과 59.24% 줄어든 13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이어져 파업으로 진행될 경우 노사 모두 '루즈-루즈(lose-lose)'한 결과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